4.13 총선 대참패 이후 박근혜 정권이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초청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박 대통령은 나라의 국정을 맡은 이후 경제를 활성화하고 제2 도약도 이루면서 한편으로는 안보도 챙기는 등 모든 힘을 쏟고 살았지만 지나고 보면 아쉬운 점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잘 반영해서 변화와 개혁을 이끌면서 각계각층과의 협력, 그리고 소통을 잘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래 성장 동력을 꼭 만들어내고 국민의 삶이 지금보다 더 좋아지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오찬이 여러 문제에 대해 소통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이 정부의 노력에 힘을 보태고 정부와 국민과의 가교에 좋은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자신의 국정운영 방식은 바꾸지 않고 언론에 좋은 기사만을 써달라는 부탁만 늘어놨다. 어눌하고 어법에 맞지 않는 발언과 유체이탈 화법은 하나도 개선되지 않았다.

그는 청와대 참모진 개각, 외교, 남북관계, 경제 등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130분여에 걸친 간담회에서 그는 대부분 자신의 생각만 얘기했다.

"대통령 할 수 있는 일 없어, 임기 마치면 한 남을 것"

박 대통령은 노동시장 구조개편 관련 법 중 여야 이견이 큰 파견법과 관련 "대통령 돼도 자기가 한 번 해보려는 것을 이렇게 못할 수가 있느냐. 나중에 임기를 마치면 엄청난 한(恨)이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 해봐' 그렇게 해놓고서 나중에 안되면 '하라고 도와줬는데도 안되지 않았느냐'라고 잘못해서 욕을 먹는다면 한은 없겠다”면서 이같이 토로했다.

박 대통령은 일자리 문제와 공교육 정상화, 부동산 문제 등을 거론하며 3차례에 걸쳐 '임기 내 해결'을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청와대 본관 1층 충무실, 사전 조율 없는 질의응답, 박 대통령의 하늘색 재킷 차림까지 3년 전과 같았다. 박 대통령은 “거기(국정)에 모든 힘을 쏟고 살았지만 지나고 보면 아쉬운 점이 참 많다”는 말로 간담회를 시작했다. ‘후회’로 시작했지만, 특유의 ‘마이웨이’식 발언이 많았다.

낮 12시부터 130여분에 걸쳐 진행된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국정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발언을 했다. 9월 시행 예정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엔 “좋은 취지로 시작했던 게 내수까지 위축시키면 어떻게 하느냐”고 부정적 인식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국회 차원에서도 한번 다시 검토를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국회의 ‘입법 보완’을 주문했다.

야당이 개정하려는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특별법)에도 부정적이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에 들어간 재정을 줄줄이 나열한 뒤 “이것을 연장하느냐 하는 부분은 국민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라며 “국회에서 종합적으로 잘 협의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대한민국어버이연합에 관제데모를 지시했다는 의혹엔 "이것은 지금 지시를 해 가지고 어떻게 하고 그게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를 분명히 받았다"고 부인했다.

공직자 골프 문제에 대해 "전부 해외로 가니까 내수만 위축되는 결과를 갖고 오지 않느냐”며 “좀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임 초기 “(공직자들이) 골프를 칠 시간이 있겠느냐"고 한 발언이 금지령으로 해석된 데 대해 "함의를 담고 있는 것 아니냐 생각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선 환경개선 근본 대책은 내놓지 않고 국민이 조심하도록 했다.
그는 "기상청이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계속 국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국민이 스스로 건강을 지키게 하는 데 우리가 배가의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각을 바꾼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내각을 바꾼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며 개강이나 청와대 비서진 개편 등 인적쇄신과 국정운영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금 경제적으로 할 일도 많고 무엇보다 조선이 5차 핵실험에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 사출 등 여러가지 안보가 시시각각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할 여유가 없다"며 "지금 현실에 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 직후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민의를 존중하겠다고 한 지 2주일만에 다시 총선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실정을 연발하면서 자기가 한번 쓴 사람은 고집스럽게 바꾸지 않는 습관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한국판 양적완화 긍정 검토, 증세는 마지막 수단, 법인세 인상 반대"

그는 "한국판 양적완화를 긍정 검토하겠다. 그런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국판 양적완화란 새누리당의 4·13 총선 공약으로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증권(MBS)과 함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채권을 사들여 통화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시중에 돈을 풀고 산은과 수출입은행에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은행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대기업만 좋은 일이라며 반대하고 있고 양적 완화는 한은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야당과 충돌이 예상되는 것으로 국정운영 방식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는 경제민주화와 관련“역대 정권 중 가장 잘했다. 관련법 20개 중 16개를 통과시켰다"고 자화자찬했다. 경제관련법이 대부분 통과됐음에도 야당이 발목잡는다며 비난하던 태도와는 정반대다.

법인세 인상론과 관련 "저는 세금을 올리는 문제는 항상 마지막 수단이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경제가 활성화돼서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하면 세수가 늘어난다"고 반대했다. 대기업 위주 정책이 대기업 사내유보금만 늘려 785조원을 넘는 상황을 잘못 이해하고 있음이다.

그러면서 "구조조정에 앞서 국회가 할 수 있는 파견법부터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며 노동 4법과 서비스법 처리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배신의 정치, 허탈과 비애"

그는 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에 대해 여전히 불쾌감과 함께 복당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는 "여소야대보다 더 힘든 것은 여당과 정부가 삐거덕거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대통령을 더 힘들게 만들 때 제 마음은 허탈했다. 비애를 많이 느꼈다"고 했다.

그는 또 "더 어려운 것은 내부에서 이리 간다고 하면 저리 가야 된다고 하면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여소야대' 상황보다 청와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여당이 국정을 더 어렵게 한다고 했다.
그는 "완전히 생각이 다른 사람끼리 합해서 뭐가 잘 되겠느냐. 내부에서 더 시끄러우면 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선거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되고 나서 그 길을 간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 자기 정치 한다고 대통령을 더 힘들게 만들고 하나도 도와주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제가 느낀 비애, 허탈함 같은 것을 그때 전반적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에 비상대책위원장도 했고, 당 대표도 했다. 그때 죽을 둥 살 둥 하면서 선거를 치렀고 많은 사람들이 당선이 됐는데, 당선되고 나서는 그 다음에 자기 정치 한다고 또 이렇게 갈라서게 된 것"이라고도 했다.

탈당·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에 대해 "새누리도 안정이 안돼 있다. 지도체제가 잘 안착이 되면 그때 협의해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현 교과서로 배우면 북한에 의해 통일돼"

그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논란 속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되느냐, 심각하게 생각할 문제"라며 "지금과 같은 교과서로 배우면 정통성이 오히려 북한에 있기 때문에 북한을 위한, 북한에 의한 통일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총선 당시 국정화 역사교과서 문제도 심판을 받았지만 총선 전과 달라진 게 없음을 보였다.

그는 "6·25전쟁도 북한이 남한을 침범한 것인데, 남북이 같이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또 남북 분단 책임은 대한민국에 있다는 식으로 하고 있다"는 예를 들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한마디로 우리나라 현대사가 정의롭지 못하고 오히려 정통성은 북한에 있다고 인식되면서 우리 세대가 대한민국에 대해 전혀 자부심이나 긍지도 느낄 수 없다. 통일시대에도 북한식으로 되어버리고 말 것"고 했다.

"강력 제재만이 북 도발 막아 위안부 합의 놓고 선동 말라"

그는 "더 강력한 제재만이 도발을 저지하는 길이며 다른 길은 생각할 수 없다"며 현재의 강경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해 투항을 끌어내겠다는 뜻을 그대로 내비쳤다.
그는 "5차 핵실험은 준비는 끝났고 언제라도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상태"라며 "상황이 굉장히 달라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 도발을 한다면 붕괴를 스스로 재촉하는 것"이라며 "지금도 강력하지만 틈새까지 다 메워가면서 더 강력한 제재를 통해 북한의 이런 도발과 시도를 함께 저지시키는 그런 방법이 남아 있다"고 했다.

개성공단 가동재개 여부에 대해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가 있기 전에는 대화를 해도 맨날 맴맴 도는 것"이라며 "어떤 변화가 반드시 전제돼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핵 경제 병진노선을 추진하고 있는 조선과 더이상 대화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일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협상이 정말 난항(이었고), 그렇게 힘든 협상도 아마 드물 것"이라며 최고의 노력으로 힘들게 얻어낸 것이라며 자평했다.

그는 "일본도 노력해서 빨리 후속조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소녀상 철거하고 연계가 되어 있느니 어쩌니 하는데 정말 합의에서 언급도 전혀 안된 문제인데, 그런 것을 갖고 선동하면 안된다"고 했다.

일본 정·관계 인사들의 '소녀상 이전 약속' 주장을 전하는 언론보도를 선동으로 치부한 것이다.

"이란 방문 후 3당 대표 만날 것"

박 대통령은 "이란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서 빠른 시일 내에 3당 대표를 만나도록 하겠다. 3당 대표와 만나는 것을 정례화하는 문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는 "사안에 따라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정부와 소통하며 일을 풀어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이 만들어주신 틀 속에서 어떻게든지 서로 만나 대화하면서 타협하고 협의하고 이렇게 하면서 국정을 해 나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조금 더 전향적으로 생각해서 협력해 줄 건 해 주고 일이 되도록 만나는 것은 좋은데 만나도 평행선으로 갔고 그 다음에는 아무것도 변함이 없었다"며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어 그런 문제도 전향적으로 해준다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밀어부치는 정책을 협의체란 모양새를 갖춰 돌파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