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신호와 차선, 교통법규도 무시한 채 달려야 한다"

현대가 3세 정일선 사장의 갑질 메뉴얼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정 사장이 탄 차량이 교통법규 마저 위반한 채 과속과 불법 운행을 밥먹듯 하며 과태료만 500~600만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태료는 모두 회사에서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정주영 창업주의 아들 정몽우 회장의 아들로 정주영 회장의 손자다.  노현정 아나운서의 시숙이다.

정 사장이 "모든 교통 법규를 무시하고 달릴 것"을 지시했다는 기사들의 증언이 나왔다.

정 사장의 전 수행 기사들은 불법 유턴은 일상적인 일이라고 증언했다. 수행기사 A씨는 "유턴을 하려면 2~300m 더 올라가야 하는데 그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항상 중앙선 넘어 불법 유턴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의 메뉴얼에 따르면 '유턴(하는 곳)까지 가지 말고 좌우로 확인한 뒤 중앙선 넘어 유턴을 바로 한다'고 적혀있다.

A씨는 "삼성역 사거리에서 항상 그렇게 했다"며 "퇴근길 코스가 있다"며 장소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음을 시사했다.

수행기사를 지낸 B씨는 "차가 정말 막히는 퇴근 시간에도 청담동에서 수원까지 20분이면 간다. 차가 막히면 갓길을 타고 역주행도 하고, 한 마디로 모든 위법을 다 동원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뒤에서 빵빵거리고 다른 운전자들이 욕해도 또 이럴 때는 신경도 안 쓴다"고 했다.

C씨는 "내가 뗀 과태료만 500만원~600만 원 정도 됐다"며 "운전할 때 차가 막히면 '왜 이 길로 왔냐 X신아'부터 시작해 운전 중에도 머리를 때려 욕 안 먹고 안 맞으려면, 중앙선 침범, 신호 위반 등 온갖 불법을 동원해야 했다"고 한다.

정 사장의 매뉴얼에는 빨간색 글씨로 '차량 운행 시 빨리 가자는 말씀이 있을 경우 위험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신호, 차선, 과속카메라, 버스 전용차로 무시하고 목적지 도착이 우선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무법적으로 달리다 보니 사고도 났다고 한다.

기사들은 "한 번씩 크고 작은 사고를 경험했다"며 "며 "불법을 하라 할 땐 언제고 사고가 나면 또 주먹이 날아오거나 잘린다"고 전했다.

불법 주정차도 다반사였다. 기사들은 "정 사장이 일을 보고 내려왔을 때 바로 차에 타야하기 때문에 늘 주차금지 구역이라도 주차하고 대기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기다리게 하면 욕이 날아온다"고 했다.

기사들은 공식 출근 시간이 7시 30분부터지만 오전 7시에는 정 사장 집에 도착해야 VIP 오전 매뉴얼에 나온 대로 신문과 가방 챙기기, 구두 닦기 등 출근 전 업무를 8시 전에 마칠 수 있다고 했다.

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고 정 사장이 "들어가"라고 하는 순간이 퇴근 시간이다. 하루 평균 근로 시간이 16~18시간이었다고 했다.

대기업 임원인 이상, 늦게까지 회의나 모임 등으로 어쩔 수 없다지만 이에 대한 추가 수당은 단 한 푼도 없었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쉬었다거나 주 7일 내내 근무한 적이 허다했다는 게 기사들의 증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