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다들엉, 평화’로, ‘모두 모여, 평화'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담은 제주 강정 평화영화제가 열린다.
제주도 서귀포시와 강정마을에서 제 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International Peace Film Festival in Gangjeong(집행위원장 : 양윤모)가 23일 제주 강정마을 일대에서 개최된다.

26일(화)까지 3박4일간 개최되는 이번 영화제는 10개국 34편의 작품이 다섯개 섹션으로 나뉘어 서귀포예술의전당과 강정마을 등에서 상영된다.

다섯 섹션의 이름은 제주 강정마을의 아름다운 생태환경을 상징하는 멸종위기 동식물을 나타내는데, 첫 번째는 기수갈고둥이다. ‘벼랑끝의 삶’을 테마로 하는 이 섹션의 키워드는 철거, 추방, 난민 그리고 환경파괴이며 <소설무용>(감독:정건문,마카오) 외 7편(총8편)이 준비됐다.

두 번째 섹션의 상징은 돌가시나무로, 환란 속에서도 생명력을 꽃피워온 여성들을 상징하는 섹션이다. <거미의 땅>(감독:김동령, 박경태) 외 4편(총5편)을 통해 ‘여성에게 전쟁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되짚어본다.

세 번째 섹션은 층층고랭이이다. 두 눈을 부릅뜬 채 가장 위험하고도 가장 치열한 현장에서 하루하루 목숨을 걸고 생명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이들의 삶을 그리는 섹션이며, 주제는 ‘삶으로 맞서다’ 이다.

<다섯 대의 부서진 카메라>(감독:에마드 부르낫, 기 다비디-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외에 8편(총9편)이 상영된다.
네 번째 섹션의 상징은 연산호군락이다. 일본의 가장자리 오키나와, 그리고 중국에 포함되기를 거부하며 평화적 생존권을 주장하는 타이완과 제주까지 이 세 섬은 평화의 바다로 연결되어 있다. 연산호군락이 상징하는 섹션은 ‘섬, 평화를 잇다’로 <우리 승리하리라>(감독:미카미 치에-일본) 외에 6편(총7편)이 상영된다.

마지막 다섯 번째 섹션의 상징은 구럼비이다. 4.3 사건과 세월호를 다루는 이 섹션의 키워드는 ‘4월, 슬픔을 딛고’이다. <업사이드 다운>(감독:김동빈)외에 4편(총 5편)이 상영된다. 이번 영화제의 총 34편 중에는 한국 프리미어 2편과 월드 프리미어 1편이 포함돼 있다.

제 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의 개막식은 23일(토요일) 오후 6시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되며, 개막작은 김동빈 감독의 <업사이드 다운>으로 선정되었다. ‘업사이드 다운’은 위 아래가 뒤집힌 세월호를 가리키는 동시에 한국 사회의 뒤집힌 가치와 질서를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황진미 수석 프로그래머는 이 작품이 ‘세월호 이후의 한국사회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여론과 달리 실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음에 주목하며, 변하지 않은 정부의 태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상영작 총 34편 중 <업사이드 다운>을 포함, 25편의 작품 상영이후 GV행사가 이뤄지는 등 국내외 감독 다수가 영화제에 참가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영화제 개최 기간에는 총 세 차례의 평화포럼이 진행된다. ‘강정-오키나와, 섬들의 연대’라는 이름으로 오키나와와 강정의 투쟁과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한편, 총 2회에 걸쳐 ‘기억투쟁으로서의 영화’라는 제목으로 투쟁의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연대해 온 감독들을 패널로 초대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 준비되었다.

이외에 북토크 행사를 통해 소설가 전성태와 시인 박성우, 강봉수 제주대 교수가 독자들과 직접 만나 자신들의 저서에 관해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 예정이며, 영화 촬영 워크숍으로 진행되는 평화영화학교 등의 행사도 마련되었다.

제 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는 ‘모다들엉, 평화’로, ‘모두 모여, 평화’라는 뜻의 제주말이다. 이는 영화제가 추구하는 지역적 사고와 세계적 연대, 자발적 참여의 의미를 담고 있다. 비상업적 영화제로 다수의 시민참여를 지향하는 강정국제평화영화제의 작품들은 모두 무료로 상영되며, 4월26일 영화제 폐막식에서는 ‘강정평화영화상’ 시상이 이루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