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는 20대 총선에서 가장 눈길을 끌고있는 선거구다.

인구 25만의 소도시인 천년고도 경주는  무소속 권영국 변호사와 서울경찰청장 출신의 김석기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예비후보로 나섰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대결은 인권탄압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용산 참사 당시 경찰 책임자와 인권운동을 평평한 인권 변호사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권 예비후보는 9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갖고 출정식을 가졌다. 광부의 아들로 과학자를 동경했다는 권영국 변호사가 정치 혁명을 하겠다며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절대 보수지역에 무모(?)한 도전장을 낸 것이다.

권 예비후보의 출마는 천년고도로 85%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절대 보수성향 지역 경주에 새로운 진보정치의 기치를 내건 권 후보의 출마는 지역 정치권에 이채로움을 넘어 신선함마저 불어넣고 있다.

권 후보가 경주를 출마지역으로 선택한 배경에는 용산 참사의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는 김석기 후보의 저격수로 나선 것이다.

권 예비후보는 사무소 개소식에서 "많은 분들이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와주셨습니다. 발디딜 틈이 없습니다. 이제 경주에, 아니 진보정치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라고 말했다.

사무소 개소식에는 용산참사 유가족, 쌍용차해고노동자, 기륭전자분회, 민변 변호사, 괴산의 농부, 경주지역노조원들 등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권 후보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으로 각종 집회나 시위 현장,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농민 등 정치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억압받은 약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변론을 주로 해오면서 노동과 농민, 철거민 등 에게는 가까운 동지이자 후원자였다 .

권 후보는 2009년 1월 용산 참사 당시 철거민의 편에서 변론을 했다. 하지만 검찰과 법은 용산 참사를 초래한 결정적 계기인 경찰 투입과 진압작전을 지시한 당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 오히려 삶의 터전을 공권력에 의해 쫓겨난 철거민들은 구속되고 처벌됐다.

인권이 유린되고 정치적 억압이 있는 곳, 역사적 현장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발표 순간. 숨막히는 침묵을 강요하는 법정에서 혼자 일어나 재판관들에게 소리쳐 항의했다. 방호원들은 그의 입을 막은 채 끌고 나갔다.

권 예비후보는 최근 자신의 삶과 사건 정치를 담은  <정의를 버리며> : 용산 망루에서 대한문 화단까지 거리의 변호사> 책을 출간했다. 광부의 아들로 과학자를 꿈꿨던 한 소년이 지천명을 넘어 정치인이 되기까지 그의 삶과 생각이 녹아있다.

권 후보는 출마의 이유로 두가지를 꼽는다. 김석기 예비후보의 실체를 알려야 하는 것, 또하나는 단지 특정후보의 당선저지가 아닌 출마해서 당선돼 함께 사는 세상, 정치의 혁명을 이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살인진압의 최고 책임자가 공기업(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지내고 여의도 국회까지 노리는 세상은 막아야 한다는 것.

그의 승리는 수많은 소외되고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이기도 하다.  돈보다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섰다는 권 예비후보.

"작은 돌멩이 하나 놓습니다. 보수 기득권의 공고한 벽, 실감하는 하루였지만 그 벽 앞에서 그 벽, 넘을 계획과 귀중한 사람들을 만난 하루였습니다. 더 나은 내일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