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팀 쿡 CEO가 미국 연방법원의 잠금장치 해제 협조 명령을 거부했다.

로스엔젤레스 연방법원은 FBI가 샌 버나디노 총기난사 사건의 테러범이 사용한 아이폰 비밀번호를 풀 수 있도록 애플에 미 연방수사국, FBI에 아이폰의 비밀번호 해제를 협조하라는 명령을 결정했지만 거부 입장을 밝혔다.

FBI는 14명의 생명을 앗아간 샌 버나디노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으로 이슬람교도인 부부를 체포하고 이들이 사용한 아이폰을 확보했다.

아이폰은 메시지나 사진 같은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 사용자가 미리 설정한 비밀번호가 있어야만 접근할 수 있다.

일일이 입력해서 암호를 풀 수도 있지만 그 조합이 최고 568억 개에 이른다. 게다가 5번 틀린 뒤 다시 입력하려면 1분 기다려야 하고 9번 틀리면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아이폰의 비밀번호를 푸는데 무려 144년이 걸린다. 아이폰은 또 10번 이상 번호를 잘못 입력하면 자료가 모두 지워질 수도 있어서 무작위로 암호를 푸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연방수사국은 세계적인 수사력도 아이폰의 철저한 보안을 뚫지 못했다. FBI는 공범이 있는지, 또 극단주의와 연계됐는지를 밝힐 중요한 단서지만 두 달 넘게 수사는 답보 상태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총격범의 아이폰을 확보했지만, 아직도 열지 못하고 있다. 두 달이 넘도록 계속 아이폰을 여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쑥쓰러운 고백을 털어놨다.

결국 법원에 도움을 청했고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법은 아이폰의 잠금장치를 풀 수 있도록 FBI에 협조하라고 애플에 명령했다.

하지만, 애플은 수십 년간 지켜온 고객 보안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팀 쿡 CEO는 지난해 12월 방송에서 "저는 이것이 개인 보안 대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그렇게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시각이다"고 말했다.

법원 명령을 따르자면 보안장치를 우회할 수 있는 새로운 운영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한번 만들어지면 앞으로도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게 거부 이유다.

공화당 대선주자 트럼프는 물론 백악관까지 압박에 나섰다.

조쉬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법원이 전체 아이폰 제품을 다시 디자인하라고 애플에 요구한 게 아니다. 그저 테러범이 쓴 아이폰 하나에 대해서만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고객 보안에 대한 무한 책임과 국가 안보를 내세워 들여다보려는 당국과 법원의 결정이 충돌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