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27일 낙상으로 다쳐 병원에 입원 중인 이희호 여사를 찾아 지난 4일 새해 인사차 예방한 자리에서 비공개 면담 녹취록을 공개한 것과 관련 사과하고 녹취사실도 시인했다.

면담 직후 안 의원측은 이 여사가 안 의원에게 정권교체를 하시라고 했다며 야권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아닌 안 의원을 지지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던 안 의원측이 어쩌다 사과까지 하게 됐나.

대권 경쟁상대인 문재인 더민주당 대표는 이 여사의 환대를 받지 못했지만 안 의원은 환대를 받았고 지지를 받았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안 의원은 면담 직후 취재진에게 "이 여사가 새해 덕담과 함께 정권 교체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는 말씀도 해주셨다"고 말했다.

안 의원측의 면담내용 소개는 야권 분열상을 부각하기 급급한 보수 종편채널에는 단골 소재로 이용됐다.

면담 직후부터 보수 종편채널 등에 단골 출연하는 패널들은 문 대표와 안 의원의 예방에 대해 입방아에 올렸다. 이들은 문재인 더민주당 대표와의 면담 시간과 차 대접 등을 들어가며 흥미성 얘기까지 늘어놓으며 더민주당과 대비시키며 안 의원측을 띄우며 야권 분열상을 집중 부각했다.

이 때문에 안 의원측이 보수언론에 면담 내용을 흘리며 언론플레이를 적절하게 이용했다.

중앙일보는 6일자 신문에서 비공개 면담에 배석했던 핵심측근은 "이 여사가 안 의원에게 '이번에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뭔가 이뤄질 수 있는 희망을 느꼈다. 꼭 주축이 돼 정권교체를 하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고 단독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더 나아가 이 여사가 "올해 총선에서도 많은 숫자(의석)를 가져가야 하는데 지난 (2012년) 대선 때 내가 좋아했었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도 많이 좋아하고 응원했는데, 마지막에 후보를 내려놓게 돼 안타까웠다. 조금 강했으면, 조금 더 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강한 모습이 보여 희망을 느꼈다"고 했다.

안 의원은 이에 "건강하셔서 꼭 정권교체 상황을 보셨으면 좋겠다"고 하자 이 여사는 "꼭 정권교체 하세요, 꼭"이라고 재차 강조했다고 이 관계자가 전했다고 중앙은 보도했다.

당시 함께 동반수행했던 문병호 의원도 5일 YTN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표님 방문 때는 시간도 8분 정도 짧게 만나셨고, 또 비공개 면담도 안 하셨다. 그런데 안철수 전 대표님 방문했을 때는 비공개 면담을 10여 분 이상했고. 상당히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이 됐다"면서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신당을 창당해서 정권 교체를 하셨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이희호 여사께서도 '신당이 정권 교체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화답을 하셨다. 상당히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DJ 3남 김홍걸 박사는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오늘자 중앙일보 보도와 관련해서 어머님께 직접 확인한 결과, 어머님은 안철수 의원의 말씀을 듣기만 하였을 뿐 다른 말씀을 하신 적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사실과 다른 보도 내용에 대해 어머님께서는 어이가 없어 하셨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어머님 뜻과 전혀 다르게 보도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셨다"며 "<중앙일보>에 관련 보도를 정정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김 씨는 최근 더민주당에 입당하면서 호남을 분열시키는데 아버지를 이용하지 말라고도 했다.

결국 안 의원은 녹취를 했다는 도덕성 논란은 물론 면담 내용 브리핑에서도 내용을 다르게 소개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