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이 땅의 민초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신영복 선생이 75년간의 힘겨웠던 사색을 끝내고 감옥없는 세상으로 떠났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15일 오후 10시 무거웠던 이승의 삶에 마침표를 찍고 별세했다. 향년 75세.
사인은 피부암의 일종인 악성흑생종으로 열흘전부터 병세가 악화되면서 끝내 병셕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생의 마지막까지 공부의 끈을 놓지 않은 고인은 2014년 중반 암이 발견된 뒤  그해 가을 성공회대에서 마지막 강의를 준비했고, 이를 바탕으로 2015년 출간된 『담론』은 마지막 작품이 됐다.

1941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선생은 정권에 의해 기나긴 옥살이를 보내야 했다.

무려 20년. 그에게 감옥은 사색의 공간이었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숙명여대와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 강사로 있다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됐다.

1968년 8월 끌려간 남산의 중앙정보부( 국가정보원 전신)에서 그는 간첩으로 바뀌었던 것..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후 20년 20일 동안 수감 생활을 하다가 1988년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다.  27살의 꽃다운 청춘은 어느새 중년이 됐다. 

수감 중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묶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었고 이는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에 큰 울림이 됐다.

그는 출소 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다 2006년 말 정년 퇴임했다.

감옥은 그에게 ‘또 다른 학교’였다.  동양 고전에 대한 이해를 높인 것도 감옥이었다. 한학자 출신의 장기수들을 만나 동양 고전을 공부할 수 있었고 출소 이후에는 성공회대에서 경제학이 아닌 동양철학을 강의하는 밑거름이 됐다.

우리 시대 최고의 스승이자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사색과 성찰, 더불어 사는 마음을 일깨워주고 평생을 생각과 삶의 일치를 보여준 지행합일의 사표가 됐다.

'나무야 나무야(1996), '더불어 숲'(2003), '강의(나의 동양 고전 독법)' 등의 명저를 남겼다.

장례는 4일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성공회대에 차려졌다.  빈소는 16일(토)  오후 2시부터 밤 10시, 17일에는 오전 8시부터 밤 10시, 18일에는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운영된다. 
유족으로는 89년에 결혼한 부인과 아들 신지용(대학원생)이 있다. 발인은 18일 오전 11 성공회대 대학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