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 이후 50년만에 그동안 숙제로 남아있던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일 양국이 합의했다.

일본은 당시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위안부 문제 배상이 종결됐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고 아베 내각 출범 이후에는 더욱 우경화의 길을 걸었다.

아베 총리는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식민통치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전쟁범죄, 특히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현 정부들어 처음 열린 한일정상회담(11.2)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 가속화 합의에 따라 국장급 협의를 거쳐 외교장관 회담에서 합의에 이르렀다.

일본 정부는 군의 관여하에 위안부 문제에 책임을 통감하고 아베 총리는 사죄를 표시했다. 이는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얻어낸 일정한 성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양국간 합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주기에는 크게 못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일 양국이 상호간에 국장급 협의를 통해 양보를 하면서 서로의 목적을 달성하며 외교성과를 쌓는데 주력했다는 인상을 남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정부로서는 일본의 책임 인정과 아베 총리의 사죄를 얻어냈고 일본정부는 이번 합의로 향후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양국이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를 꺼내지 않고 일본을 비난, 비판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만행을 강하게 비판해 온 중국과 보조를 맞춰온 한국과 중국간 공조 유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비록 관련 민간단체와 협의를 통한다는 단서는 달았지만 정부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위안부소녀상 철거, 이전 노력도 약속했다.  당초 민간이 설치한 것으로 철거할 수 없다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한국측 표명사항' 발표 사항 3가지 중 하나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 및 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발표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일본측 표명사항에서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공식기자 회견 직후 일본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소녀상이) 적절히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일본의 책임 인정 부분도 모호한 표현이다. 외교전문가들은 일본이 책임을 인정한다고 했지만 법적 책임 인정인지 도덕적 책임인 지 명확하지 애매한 표현이라고 지적한다. 

이에따라 양국 발표사항에는 배상도 빠져 있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민간 시민단체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대협은 이날 성명을 내고 "평화비는 피해자들과 시민사회가 1000번이 넘는 수요일을 지켜내며 위안부 문제 해결과 평화를 외쳐온 수요시위의 정신을 기리는 산 역사의 상징물이자 공공의 재산"이라며 "평화비에 대해 한국 정부가 철거 및 이전을 운운하거나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정대협은 “평화비는 그 어떤 합의의 조건이나 수단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못박았다.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도 “민간에서 설치한 것이기 때문에 철거하라 마라 할 수 없다고 수차례 얘기해놓고 돌연 정부가 태도를 바꿨다”며 “10억엔을 받는 대신 소녀상 문제를 덮고 가는 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신대문제협의회는 한일 외교장관 회담 합의에서 배상 관련 조항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법적 책임을 인정하면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배상이 당연히 따라야 한다. 그러나 위안부 지원을 위한 기금 출연 차원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일본은 과거 아시아여성기급이란 이름으로 민간모금을 통해 위안부에 전달하려했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은 사과와 책임, 배상없는 지원은 받을 수 없다며 거부한 바 있다.

당사자 관련 단체인 정신대문제협의회와 위안부 할머니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은 채 정부간 협의로 외교적 성과 축적에 집착하는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한일 양국이 자국내 부담을 덜어내는 수준에서 타협한 외교적 야합 수준에 다름아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100여 차례가 넘게 수요집회를 열어오며 투쟁해 온 위안부할머니들의 목소리를 현 정권이 무슨 권한으로 야합에 다름 아닌 외교적 타협으로 목소리를 막으려 하는냐는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