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들어 첫 남북 당국자 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됐다.

8.26 합의에 따라 지난 11~12일 북한 개성공단에서 열린 제1차 차관급 남북회담은 상호간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결렬됐다.

정부는 당국회담 결렬 직전인 12일 저녁 5차 수석대표 접촉 때 남측은 '14일(월) 추가회담을 진행할 것"을 제안했지만 북측은 "남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 의지가 없는 것 같다. 더이상 회담을 할 필요가 없다"고 남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북측은 시종일관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선결 조건으로 주장했다"고 전했다.

정 대변인은 "정부는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북한과 열린 자세로 대화함으로써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해 나간다는 기본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북한은 7.25 합의 정신을 살려서 그 이행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후속 회담에 호응해 올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당국회담이 추후 열리더라도 남북관계에 별다른 진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북측은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발전의 의지를 금강산 관광 재개에서 확인하고자 하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북한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고수하고 있다.

북측은 이미 이명박 정권 시절 금강산관광 사업 주체인 현대아산에 고 박왕자씨 사망에 대해 사과표시를 했다는 입장이다.

우리 측에는 박씨의 안타까운 희생이 금강산관광구역이 비무장지대 내에 설치된 만큼 관광객들이 단순 관광이 아닌 통일의 염원을 새기는 기회로 삼고 군사구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사업주체에게 관광객들에 대한 교육과 주의환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발전적 계기로 작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이래 그동안 정부는 당국 차원의 정식사과가 아니라며 당국의 사과를 요구해왔다.

이번 남북당국 회담에서 청와대 측은 금강산관광객 피격사건 뿐 아니라 지금까지의 도발행위 전반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남측이 요구했던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대해 금강산관광 재개와 함께 진행하자는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금강산관광 재개와 함께 이산가족 전원 생사확인과 이산가족상봉 정례화에 대해서도 응할 뜻을 내비치면서 일정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도 전망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가 훈령을 통해 북측에 사과의 폭을 확대 요구하면서 분위기가 급랭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원칙있는 대북관계에 집착하기 보다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가 유연성 있는 자세로 임한다면 남북관계가 현 단계보다 진전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