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나 부기관사도 타지 않은 채 승객 200여명을 태운 카페열차를 열차운전 경험 한번 없는 대체기관사가 조종간을 잡아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29일 오전 11시50분쯤 강원 원주시 만종역에서 서울 청량리역을 떠나 경북 안동으로 향하던 중앙선 무궁화호 열차가 시속 90㎞가 넘는 속도로 진입하다 급브레이크를 밟아 열차가 심하게 흔들리며 타고 있던 승객 여러명과 코레일 유통 직원이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해당 열차에는 정규 기관사도, 부기관사도 타지 않은 상태였다. 기관차를 운전한 사람은 ‘대체기관사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철도공사 동부본부 관리자였다. 운전 경력이 없는 ‘대체기관사’가 승객 200여명을 태우고 ‘운전연습’을 한 것이다.

최근 코레일 열차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철도 파업에 대비해 도입한 ‘대체기관사 양성제도’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만종역 사고는 이 제도의 위험성을 보여줬다.

대체기관사는 2009년 11월 철도 파업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철도안전법’을 개정해 그해 12월부터 도입됐다. 코레일 간부와 사무직을 중심으로 2000명을 교육하고 외부에서 1000명 등 총 3000명의 대체기관사를 확보하겠다는 취지였다.

코레일은 면허 발급을 쉽게 하기 위해 철도차량 운전면허 취득기간을 7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고, 기능교육도 대폭 줄였다. 최근까지 예산 300억원이 투입돼 약 300명이 대체기관사 면허를 취득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관계자는 “만종역에서 사고가 난 열차는 ‘실습용 열차’로 매일 한 번 이상 운행됐다”며 “중앙선 외에 호남선과 경부선 등에서도 ‘실습용 열차’가 20여대 운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노조 청량리기관차 승무지부는 성명을 통해 “ ‘운전연습’을 중단하고 대체기관사 제도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코레일은 만종역 사고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공문을 통해 “철도차량 운전면허 합격자에 대한 제3기(4월25일~5월27일, 서울본부·수도권 동부본부는 4월18일~5월20일), 제4기(5월30일~7월1일) 운전실무수습 교육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기관사와 부기관사 등 2명이 운전을 해야 하는데, 기관사 자격은 갖고 있지만 운전 경험이 거의 없어 실무수습 중인 관리자(대체기관사)가 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 철도 운전 베테랑인 지도운영과장이 동승하고 있었으나 제대로 지도를 하지 못해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백성곤 철도노조 언론홍보팀장은 “지도운영과장이 동승했다 하더라도 면허를 딴 지 얼마 안된 사람이 수백명을 태우고 운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