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6번째 이뤄진 5.6 개각은 3기 내각에서 정무적 성격이 있는 부처를 제외하고 순수 정책 부처 위주로만 장관 5명을 교체한 소폭 규모로 일 중심을 콘셉으로 잡아 이뤄졌다.

이와관련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새 내각은 그야말로 일 중심 내각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다"면서 "대통령이 일 중심으로 인선을 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5명의 후보자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연구부원장이나 전.현직 차관 등 공무원 출신들이 대거 발탁돼 임기 후반기에 주요 국정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실무 위주의 진용을 갖춘 것이다.

임기말 레임덕(권력누수) 방지와 성공적인 국정마무리를 위해서는 주요 측근들을 전진 배치해 `친정 체제'를 구축해 회전문 인사를 되풀이하기 보다는 중립적인 `실무형 내각'의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 더 낫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 과거 정권과 마찬가지로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임기를 함께할 인물을 입각시켜 관리형 내각을 꾸리겠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참여정부나 국민의 정부 시절 임기후반기에는 비정치권의 중립형 실무내각을 짠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개각에서는 4.27 재보선 패배와 관련해 쏟아지고 있는 당정청 쇄신 요구가 거센 점을 반영해 하마평에 올랐던 최측근인 류우익 주(駐)중국대사나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입각은 피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임 실장은 "지금은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면서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여러 국정과제를 확실하게 점검하면서 책임있게 실행하기 위한 콘셉트에서 실무적인 실행력, 일 중심으로 인선했다"고 말했다.

출신 지역도 경남, 충북, 강원, 울산, 경북으로 비교적 안배하고 여성과 지방대도 배려했다. 

과거 인사 때마다 비판이 뒤따랐던 `고ㆍ소ㆍ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내각' `회전문 인사', `측근 인사'라는 비판과 공정사회 국정철학을 반영하려 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하지만 전체내각에서는 서울대가 6명, 고려대 3명 등 특정대학 편중 현상은 여전했다.

다만 영남출신이 여전히 높은 비율을 차지한데다 호남 출신이 포함되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정권 초반부터 청와대 수석으로 이 대통령을 보좌한 측근인데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청와대의 설명대로 `실무형 인선'으로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 장관으로 재직 중인 박 후보자를 굳이 기재 장관에 내정한 것은 기재부가 경제부처를 통할하는데다 모든 부처와 공공기관에 예산을 배분하는 위치에 있는 핵심 부처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임기 후반기에 정부 부처에 대한 장악력을 잃지 않고 국정 운영의 `고삐'를 죄기 위해 기재부를 가장 신임하는 인물에게 맡긴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박 후보자가 정부 출범 초기부터 주요 국정 과제를 입안하고 이행 상황을 챙겨왔다는 점에서 `국정 마무리를 맡기려는 의도도 읽힌다..

임 실장은 "박 장관이 가진 종합적인 국정과제에 대한 역량을 평가하고 지금 진행 중인 국정과제를 실효성있게 추진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박 후보자가 현 정부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는 점 때문에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기재부 장관의 경우 경제 정책에 대한 총괄적인 조정 책임을 지는 자리로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훌륭히 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개각의 내용 자체는 크게 문제삼을 게 없지만 몇 달 뒤 류 대사와 권 수석이 `원포인트 개각'을 통해 입각할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눈치보기 개각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날 개각이 완료되고 한나라당도 원내 사령탑 교체로 시동을 걸고 나섬에 따라 당ㆍ청 개편도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됐다.

이 대통령은 유럽 순방이 끝난 뒤 청와대 개편을 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개편 폭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 면모 일신'을 스스로 건의한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청와대 참모진의 교체 폭 역시 임 실장의 유임 여부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