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환 <전 국민일보 편집국장>

여권 내부에서 박근혜 전 한나당대표의 '구원투수론'이 본격 제기되고있다.

위기도 보통 위기가 아닌 만큼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얘기다. 또 현실성도 있다. 다른 어떤 카드를 내놓더라도 그 밥에 그 나물이 될 게 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박 전대표의 의중이다. 구원투수로 등판할 것이냐,아니냐의 판단이다. 야구 경기에서 보다시피 구원투수라는게 나와서 그 위기를 잘 막아내야 성공이다. 자칫 앞에 투수처럼 실점을 거듭하면 그야말로 '본전도 못 찾는게' 구원투수의 운명이 아닌가. 그런 차원에서 그의 고민은 깊을 게 뻔하다.

사실 박 전대표는 여권 일각의 지적처럼 이명박 정권 출범이후 줄곧 안전한 선택만을 해왔다. 불리하면 입을 다물고,유리할 듯하면 입을 열었다. 정부여당의 처지나 입장과는 따로 움직였다. 그야말로 한 게 없으니 새로 평가할 것도 없었다. 그 덕인지는 몰라는 그는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주지하디시피 박 전대표는 차기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예비 대통령 후보 중 아주 유력한 사람이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국민은 그를 잘 모른다. 특히 그의 국정운영능력이나 위기관리능력을 판단해 볼 이렇다 할 근거나 실적을 갖고 있지 않다. 아닌게 아니라 지금까지 그런 것들을 보여줄만한 자리에도 없었다. 지금의 한나라당이 무척 어려운 지경에 처했던 야당일때 그 위기에서 구해낸 것 빼고는 우리가 아는 게 없다. 장관을 해본 것도 아니다.

또 집권당을 이끌어 보지도 않았다. 사실을 야당을 운영하는 것과 여당을 관리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전현직 한나라당 대표들의 최근 행적에서 알수 있듯 여당 대표를 해봐야 그 정치인의 '견적'이 나오는 법이다.

그럼만큼 박 전대표도 이번 기회에 확실한 검증을 다시 한번 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현안에 대해 자기 판단과 능력에 따라 해결할 수 있느지, 없는지를 국민들 앞에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다.

지금 박 전대표는 유럽에 가 있다. 구원투수의 득실을 곰곰히 따질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달리 피할 구석이 없는 듯 보인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더 이상 뒤에 숨지 말고 전면에 나서 유권자의 냉엄한 검증을 받아야할 시점이라고 본다. 박 전대표의 결심을 거듭 촉구한다.

<이 글은 정치사이트 '국민시대'에 게재된 글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