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해 일하다 다친 분들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6.25 전쟁 부상자나 유족, 지뢰폭발 부상자 등 기념사나 위로방문 시 틈날 때마다 해온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대통령의 발언은 당사자들에게는 전시성 인기발언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월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폭발로 부상한 장병 2명을 찾아 위로, 격려했다.

국군병원에서 입원한 첫달 30일에 대해서만 국방부가 치료비를 내주고 이후 민간병원 입원치료비는 자기부담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나서다.

박 대통령은 지뢰폭발 부상병에게 금일봉을 전하면서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이 발언 역시 그동안 군에 입대해 근무 중 다친 지뢰부상병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지난해 군에서 지뢰사고를 당한 곽모 중사의 사례는 박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얼마나 많은 사병들이 부상의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국가의 보호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지난 9월 정의당에 날아든 한 통의 편지. 곽모 중사의 어머니가 보낸 안타깝고 분통터지는 사연이다.

지난해 6월 곽 중사는 DMZ 불모지 작전 중 지뢰폭발로 부상을 입었다.

정의당이 이 사실을 공개하자 국방부는 당시 모든 것을 해결해줄 듯 걱정하지 말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방부가 취한 것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곽 중사의 어머니 얘기다.

곽 중사는 지난해 부상 당시 다친 정도가 심해 국군병원이 감당할 수 없다며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조치됐다. 곽 중사의 어머니 정옥신씨는 6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최대한 수술이 잘 됐는데 발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다친 새끼발가락이 고여서 두번째 발가락하고 붙어있다"고 말했다. 평생 후유증을 안고 장애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는 첫 30일치에 대해서만 치료비를 정부에서 내줬고 나머지는 직접 자부담했다. 정씨는 "곽 중사는 군병원에 갔지만 손을 쓸 수 없다고 해서 민간병원으로 가게 됐다"며 "거기서 1차수술하고 입원해 총 진료비가 1680만원이 나왔다"고 했다.

치료비 부담을 공단이 1000만원, 나머지 680만원은 곽 중사가 부담했다고 한다.

군에서 30일 치료비를 대주는데 곽 중사는 6개월 동안 4~5차례나 수술을 받아야 해 30일 치료비로는 어림없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정씨는 "수술을 또하고 핀 박고 또 핀 빼내고 피부이식 수술하면서 지난 9월 정의당에 눈물의 편지를 썼
던 것"이라고 말했다.

편지가 공개될 당시만 해도 국방부는 다해 줄 것 같은 뉘앙스로 답을 했다.
박 대통령이 지뢰부상병을 방문한 자리에서 병사들에 대해 책임지고 치료하라고 지시해 시행령이 개정됐
기 때문이다.

개정 시행령에 따르면 공무수행하다 다친 공상자는 2년 치료비, 전투수행 중 부상병에 대해서는 무한 치료비를 지원하도록 했다.

곽 중사의 어머니 정옥신씨는 "DMZ 불모지 작전이라고 한 곳이 적에 의해서 언제든 지 죽을 수 있는 위험한 곳에서 작전했기 때문에 전공상 분류표에 1-3 조항에 '적의 위험물에 위하거나 위험물 제거 작전 시 사망 또는 전상처리가 된다고 돼있다"며 "정상 처리도해줘야 되고 법적으로 정부, 국가에서 치료비를 전액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못주겠다고 하는 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국방부는 지난 10월29일자로 시행령을 개정했다.

국방부는 지난 3일 곽 중사측에 지난해 난 사고여서 해당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정씨는 "당연히 줄 것이라고 하고 있었는데 3일 육군본부라고 하면서 전화로 국방부에서 보고가 내려왔는데 30일치 밖에 못준다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전화를 한 육군본부 담당자도 소급적용이 안된다는 국방부의 통보에 황당하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90년 3월 3일 땅굴작전에 군견(이름 헌트_을 투입했다가 지뢰폭발로 개가 죽자 동상을 세워주고 '훈장'(인헌무공훈장)까지 주고 소위로 추대했다.

개한테는 떠들썩하게 대우하면서 정작 사람에게는 치사할만큼 쥐꼬리 처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씨는 "그렇게 대우를 해준 나라가 하물며 나라를 위해서 국민의 안위를 위해서 그 위험 속에서 자기가 죽을 수도 있는 위험지역에서 작전을 하다가 다친 아이를 어째서 이렇게 나 몰라라 한단 말입니까?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법입니까?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법인지. 내가 끝까지 할 겁니다, 끝까지. 끝까지 하다 안 되면 내 유서 한 장 써 놓고 우리 아들만 잘 살면 되니까 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부모로서 하나 뿐인 소중한 자식을 국가를 위해 군대에 보내놓고 평생을 불구자로 살아가야하는 상황에서 부모로서 느꼈을 무력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부터 총리, 검찰총장 후보자까지 정부 고관대작들이 군대를 가지 않는 나라에서 이처럼 대우를 한다면 누가 군대를 보내겠느냐, 국방부는 장군들이 한가롭게 유유자적 시간보내는 골프장 관리에 수백억원씩 퍼부으면서 정작 중요한 사병들의 안위에는 소홀하다는 울분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법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곽 중사에게 치료비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국방부 보건관리관리관은 방송에 출연해 "성금 모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서영교 의원과 한기호 의원이 군 복무중 부상한 사병에 대한 치료비를 소급해 치료비를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해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