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강행하면서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정화 문제가 블랙홀로 빨려들어 여야가 대격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교육부는 당초 예정보다 2일 앞당겨 3일 2017년부터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한다고 확정, 고시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역사교과서를 현행 검인정 체계에서 국정체계로 발행한다고 확정고시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국정고시 대국민담화를 통해 '역사' 과목과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을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의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을 확정 고시했다.

황 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현행 검정 교과서에는 6·25전쟁은 남북 공동 책임이라고 하고, 46명의 대한민국 장병 목숨을 앗아간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이 빠져 있다"면서 "현 검정제도로는 이런 비정상적인 교과서를 바로잡을 수 없어 발행 제도를 개선해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현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 다수는 특정 단체, 특정 학맥에 속해 있으며, 이들이 교과서가 발행될 때마다 매번 집필진으로 반복 참여한다"면서 "결국 교과서가 몇 종(種)인지는 형식적 숫자일 뿐이고 실제로는 다양성이 실종된 사실상 한 종의 편향 교과서와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전국에 2300여개의 고등학교가 있는데 이 중 세 학교만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하고, 나머지 99.9%가 편향성 논란이 있는 교과서를 선택했다"면서 "특정 단체 소속 교사를 중심으로 자신들 사관(史觀)과 다른 교과서는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실력으로 저지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정부가 확장고시를 밀어붙이자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날 예정된 본회의 등 모든 의사일정을 중단하고 국회 안팎에서 강력, 항의했다.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앞서 이종걸 원내대표 등 의원 10여명은 본회의장 앞에서 대리석 바닥에 침낭을 깔고 밤샘 항의농성을 벌였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를 중단하면서까지 정부가 해왔던 잘못된 태도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표현할 수밖에 없다”고 국회 의사일정 전면 중단이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확정고시가 발표되자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위한 규탄대회’를 열었다.

문재인 대표는 "고시 강행은 자유민주주의의 파탄을 알리는 조종(弔鐘)과 같다"고 국정화 밀어붙이기는 독재정치임을 강조했다.

확정고시 반박 기자회견과 ‘당·정·청 합의 비판 기자회견’ 등이 잇따랐다.

새정치연합은 5일 시민단체와 공동투쟁기구를 꾸리고 지역별로 촛불시위도 동시다발적으로 펼쳐나가기로 했다. 또 6일에는 서울 종각에서 규탄문화제를 연다.

당은 법원에 '확정고시 효력정지' 신청을 내는 한편 고시의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 검토'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국회의 내년도 예산 심의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국정교과서 발간을 저지하기 위해 원내·외 병행 '장기전'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새정치연합은 '국정화 반대' 여론이 압도적이라고 판단해 국정화 문젤이슈를 총선공약으로 넣어 총선에서도 총력해 다룰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강조하면서 국정화 문제는 외면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총선에 대비해 야권이 국정화에 반대하고 있는 것에 비해 경매 민생에 초점을 맞추면서 논란의 가운데서 치고 빠진다는 계산이다.

이날 국정화 확정고시 직후 고위 당·정·청 회의를 갖고 국정화 문제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정치권은 간섭하지 않는다는 ‘투 트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