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 이후 국회 예산심의는 국정화와 KFX 부실이란 돌출변수로 험로를 겪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30일까지 4일간의 종합정책 질의를 끝내고 다음달 2일부터 부처별 부별심사에 들어간다.

여야는 지난주 예결위와 상임위별 예산심사소위 활동에서 '특수활동비'(예결위)와 'KFX 사업'(국방위)과 '국정화'(교문위) 관련 예산을 놓고 여야. 정부와 갈등이 벌어졌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소관 상임위인 교육문화위원회 예산소위를 파행으로 내몰았고 예결위에서도 여야가 충돌하는 뇌관이 됐다.

예결위는 30일 전체회의에서 마지막 종합정책질의를 통해 '국정교과서 예비비' 문제로 충돌하는 등 사흘 연속 삐걱댔다.

정부는 야당이 요구한 예비비 44억원의 내역 공개를 거부해 반발을 샀다. 이와관련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30일 예비비 내역을 공개한 전례가 없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최 부총리는 곧바로 거짓말 논란에 휘말렸다.

정부는 최 부총리의 말과 달리 정부 3.0 정보공개 사이트에 메르스와 세월호 참사, 역외소득 자진신고 관련에 대한 에비비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 3.0 정보공개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메르스와 세월호 참사, 역외소득 자진신고 관련 예비비 자료가 공개돼 있다"며 "전례가 없다던 최 부총리는 국민을 상대로 거짓 보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같은 당 안민석 의원도 "역대 어느 정부도 예비비를 공개한 적 없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는데, 국무위원들이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 반드시 사과해야 하고 자료도 공개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행정부가 자체적으로 국민한테 널리 알릴 필요가 있을 경우 임의적으로 알린다"며 "행정부와 국회 관계에서 자료요구 형태로 한 번도 국회에 제출한 적 없다"고 답변했다.

교과서 국정화 예비비 예산은 갈수록 반대 여론이 늘어나고 있는데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없이 정부가 알아서 임의대로 집행하겠다는 처사다.

야당 의원들은 항의하며 자리를 떴다. 안민석 의원은 "대통령을 자주 만나다 보니 영특했던 최 부총리도 화법을 닮는 것 같다. 유체이탈 화법 2인자로 등극했다"고 힐난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소리를 질러댔고 삿대질이 오갓다.

앞서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같은 문제를 일주일 내내 반복하고 있다"며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가 기자실 통폐합을 하면서 확정고시가 나기 전에 예비비를 책정해 공사를 하지 않았느냐고 반격하기도 했다.

국정화 문제는 예비비 내역 뿐 아니라 교육부 비밀 태스크포스(TF) 발각, '적화통일 대비 교육'이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겹치면서 예결위 전체회의를 지배했다.

29일에도 예비비 내역 제출을 거부하자 공방을 벌였다. 안 의원은 "동네 개가 짖어도 이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생트집'이라고 반박했다.

같은날(2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와 운영위의 전체회의에서도 '국정 교과서 태스크포스(TF)' 등을 놓고 격돌해 예산 심의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방위사업청의 KFX 사업도 사업 철회 요구가 거셌다.

정두언 국방위원장은 회의 막판 "어제 절박한 심정으로 대통령께 KF-X와 관련한 서한을 발표했는데 아직도 답변이 없다. 회의장에서 나가겠다”고 자리를 뜨려 하는 등 KFX 사업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국방위원장인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미국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못 받는다는 것은 상식적인 건데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상식도 없었던 것 아니냐. 김 실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김관진 책임론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지난 27일) KF-X 사업에 대한 대통령 대면보고 시 어느 한 분이라도 실패할 수 있다고 보고했느냐. 국방부 장관과 방사청장, 국방과학연구소장이 가서 한 시간 동안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격려받고 나오셨는데 나는 대통령께서 속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KFX사업에 대한 국정감사를 제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미국에서 핵심기술을 이전받아 전투기를 개발하기로 했으나) 전제가 무너졌으니 KF-X 사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도리어 방사청 업무보고를 받으며 기한내 완수를 지시하고 국정화 문제에 이어 또다시 국회와 대결을 사실상 선언한 상태다. 국방위는 KF-X 예산안(670억원)을 일단 예결위로 넘긴 뒤 국방위에서 추가 논의하는 ‘조건부 의결’을 했다.

예결위는 이로써 종합정책질의를 마치고 다음달 2일부터는 경제·비경제 부처별로 나흘간 ‘부별 심사’에 들어간다.

하지만 다음달 5일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확정고시가 예정되면서 국회는 역사전쟁으로 치닫는 양상이어서 예결위 파행은 물론 사실상 국회 운영 자체가 마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예산안 법정시한(12월2일)에 졸속처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