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빈자리를 노려라"

여야 비례대표 출신 의원들이 내년 4월 실시되는 제 20대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할 곳을 찾아 뿌리내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은 선거가 다가오면서 민원의 날을 통해 주민들과 접촉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박창식 의원은 서울 근교인 경기도 구리시에 터를 잡으려 하고 있다. 이곳의 현역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이다. 윤 의원은 경기도 가평양평에서 새누리당 중진 정병국 의원과 맞대결하기도 했던 중량급 의원으로 초선인 박 의원이 도전하기에는 버거운 상대다.

이런 상황에서 박 의원은 구리시에 사실상의 선거사무소를 내고 주민들과 접촉 면을 넓히고 있다. 지난 9월에는 구리 전통시장에서 추석맞이 장보기를 갖고 주민들과 소통했다.

박 의원은 매월 첫째, 셋째 목요일을 '민원 소통의 날'로 정해 시민들의 민원을 듣고 있다. 주광덕 의원이 뱃지를 달기도 했던 지역이지만 새내기 의원으로 예상을 깨고 2013년 5월 구리시당협위원장에 임명됐다.

인접한  남양주시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착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곳은 같은 당의 베테랑급 중진 의원으로 대변인을 지내며 얼굴이 잘 알려진 최재성 의원의 지역구다.

하지만 최재성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석인 상태다. 남양주의 또다른 의원인 새정치연합의 박기춘 의원이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돼 내년 출마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2명의 지역구에서 모두 새정치연합 몫이었지만 이런 상황을 고려해 새누리당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민희 의원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최 의원은 지역 사무실을 내고 주민과의 만남의 날을 정해 소통의 폭을 넓히고 있다.

남양주가 도시화지역이 넓어지면서 야권 성향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과 남양주에 배정된 2개의 의석에 모두 야당이 석권했다는 점이 정치신인이지만 기대를 걸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최근 지역 여론이 낙하산이라는 반론과 함께 정치부패에 대한 혐오감도 확산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어 이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그러나 비례 대표 출신과 낙하산 공천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영입된 비례대표 출신으로 성공케이스로 꼽히고 있는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의 경우에서 보듯 언제든 철새가 돼 떠날 것이라는 게 주민들에겐 불만요소로 꼽힌다.

한 주민은 "나경원 의원은 서울 중구에서 출마해 당선됐었다. 중구에 출마할 때 주민들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하고 맹세했다"며 "하지만 이후 어떻게 됐느냐, 서울시장에 나서겠다고 중구를 저버리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또다시 중구를 등돌렸다. 보궐선거때 훌쩍 떠나 저멀리 동작구에서 동작을 강남4구로 만들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정치인의 철새 본능을 꼬집었다.

주민들이 지역 출신인 텃새를 키우려는 것이 이런 이유라는 것이다.

이와관련 인천지역에 출마를 고려중인 한 비례대표 출신 의원은 "비레대표 출신 의원들은 다음번에 또다시 비례대표로 뱃지를 달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적당한 곳을 찾아 미리부터 뿌리를 내려야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