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국민일보 회장과 발행인, 국민문화재단이사장직과 순복음선교회 이사장직에서 모두 물러난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일 장로들로 구성된 교회 내 최고 의결기구인 '당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조 원로목사의 순복음선교회 이사장직 사임 의사를 수용하기로 했다.

조 원로목사는 지난달 중순 순복음선교회 이사장직 사임서를 이영훈 당회장 목사에게 제출, 당회가 3차례에 걸쳐 재고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사임의사를 거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회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교회내 가장 중요한 직책인 순복음선교회 이사장직에서 사실상 물러나신 것은 다른 나머지 직책도 다 내려놓겠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며 "원로목사님의 뜻을 최대한 존중해 마음을 편안하게 해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조 목사의 차남 조민제 국민일보 사장도 순복음선교회 이사직 사표를 제출해 최근 수리됐다.

당회 운영위원회에서 조 목사의 순복음선교회 이사장직 사임 의사를 수용함에 따라 순복음선교회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사임 수락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본성전과 20개 제자교회가 출연한 기금을 관리하는 교회 내 핵심 기구다.

조 목사는 지난달 29일에는 국민문화재단 임시 이사회에 서면으로 국민일보 회장과 발행인, 국민문화재단 이사직을 모두 사임한다고 밝혔다. 국민문화재단은 2006년 설립된 공익재단으로 국민일보주식 100% 보유한 국민일보 유일 주주로 이사회 이사는 모두 19명으로 조 목사와 차남 조민제 국민일보 사장이 이사로 있다.

조 목사는 지난달 22일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회에서 "저의 할 일은 다 끝났다"며 교회 내 모든 직책에서 사실상 물러날 뜻을 밝혔다.

조 원로목사는 지난달 29일에는 국민문화재단 임시 이사회에 서면으로 국민일보 회장과 발행인, 국민문화재단 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국민문화재단은 일단 조 목사의 사표를 반려하기로 했으나 조 목사의 사임 의지가 워낙 강해 조만간 사표가 수리될 것으로 보인다.

◇ 사임까지 무슨 일 있었나 ? = 그동안 조용기 원로목사 가족들은 순복음교회와 한세대, 국민일보 등의 주요직책을 모두 맡아 교회 사유화 논란이 계속됐다.

조 목사는 순복음선교회 이사장과 사랑과 행복나눔재단 이사장, 국민일보 회장과 발행인, 국민문화재단 이사 등을 맡았고 부인 김성혜씨는 한세대 총장을, 차남 조민제씨는 국민일보 사장을 맡는 등 주요자리를 독식하면서 내홍을 겪어왔다.

이 과정에서 조 목사 부인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은 대림동 학교부지에 건물을 지어 임대.운영하면서 국민일보와 학교측에 최소 17억여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전국언론노조 국민일보 지부와 순복음교회 신도들로부터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앞서 조 목사의 장남인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은 작년 10월 조세포탈과 배임 등의 혐의로 국민일보노사공동비상대책위원회의 고발을 당했다.

또 개신교 시민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조 목사에게 퇴진을 요구해왔다.

갈등이 고조되자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급기야 지난 4월 17일 장로들로 구성된 교회내 최고의결기구인 '당회'에서 '조 목사와 그 가족들의 교회내 역할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당회는 조 목사에게 순복음선교회 이사장과 사랑과 행복나눔재단 이사장, 국민일보회장직만, 부인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은 한세대와 해외 선교만, 조민제 사장은 국민일보에만 전념토록 했으며, 장남인 조희준 국민일보 전 회장은 엘림복지타운 또는 해외 교회 관련 기관 중 하나만 선택하게 했다.

당회는 조 목사에게 순복음선교회 이사장, 사랑과 행복 나눔 재단 이사장, 국민일보 회장직만 맡도록 했으나, 개신교 시민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조 목사에게 오는 14일까지 순복음선교회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던 자신의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해왔다.

조 목사는 결국 지난 4월 22일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회에서 "저의 할일은 다 끝났다. 이 목사님(당회장 이영훈 목사)에게 모든 것을 다 맡겼다"며 "남은 여생 주를 위해 열심을 다하겠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을 뜻을 내비쳤다.

그는 특히 "요 근래 우리 교회가 저로 말미암아 많은 시련과 환난이 있은 것을 하나님 앞에 고백하고 자백한다. 제가 여러분에게 잘못했다"며 예배 도중 바닥에 엎드려 눈물의 사죄를 하면서 수습국면으로 들어섰다.

교회개혁실천연대의 남오성 사무국장은 "아직 행정적인 절차가 남아있지만 실질적으로 사임 약속을 지켰다고 볼 수 있다"면서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세대교체 과정에서 일부 내부적으로 잡음도 없지 않았지만 목사님이 용단을 내려주신 점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평했다.

이와 관련,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는 "부인인 김성혜 총장과 조희준 전 회장에게 5월6일까지 당회가 정한 직책 외에 모든 직에서 물러날 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한 상태이며 아무 응답일 경우 2차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