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횡령, 배임 및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2013년 구속기소된 이재현(55) CJ그룹 회장이 대법원에서 일부 무죄 취지 판결을 받고 고등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됐다.

대법원이 이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전원합의체는 10일 오전 이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한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회장은 건강 문제로 11월 21일까지 구속집행정지 중이어서 불구속 상태에서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이 회장에 대해 '배임' 혐의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 적용은 잘못된 것이라며 사건을 서울 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하려면 배임행위로 취득한 이익이 특정돼야 하는데 이 회장의 경우 이를 산정할 수 없다"며 배임죄 부분에 대해 무죄취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조세포탈 251억원과 횡령 115억원에 대해서는 원심대로 유죄로 인정했다.

이날 판결에서 주목된 점은 "고법이 배임액을 309억원으로 산정하고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을 적용한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형사법성 배임죄로 봐야한다는 것이어서 형량이 덜어질 수 있는 것이다.

특경법은 배임죄의 경우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회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팬재팬의 대출에 CJ재팬이 연대보증을 할 당시 팬재팬에 빚을 갚을 능력이 없었다면 연대보증으로 팬재팬이 얻은 이득액은 대출금채무 전액이 된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연대보증 당시 팬재팬에 대출금 채무 변제 능력이 있었다고 보이기 때문에 대출금 전액을 팬재팬의 이득액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연대보증 당시 팬재팬이 매입한 일본의 빌딩 가치와 대출조건, 임대료 수입 등에 비춰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대출금 전액을 팬재팬의 이득액으로 보고 특경법을 적용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회장은 국내비자금 3600여억원, 해외비자금 2600여억원 등 총 6200여억원의 비자금을 차명으로 운용하면서 546억원의 조세를 포탈하고 719억원 상당의 국내외 법인자산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2013년 7월 구속기소했다.

또 일본에서 개인 부동산을 구입하면서 그룹 해외법인인 CJ재팬을 보증인으로 세우는 방식으로 회사에 392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이중 260억원 상당의 조세포탈, 603억원 상당의 법인자금 횡령, 362억원 상당의 배임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2심 법원은 251억원 상당의 조세 포탈, 115억원 상당의 법인자금 횡령, 309억원 상당의 배임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이 회장은 이후 신장이식수술을 위해 1심 재판 중이던 2013년 8월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고 이후 수차례 기간을 연장해가며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