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찾아 위험천만한 쪽배에 몸을 실었다가 배가 뒤집어지면서 숨진 채 발견된 시리아의 세살배기 어린이 가족이 올해 초 캐나다 정부에 이민 신청을 했다가 거부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2일 터키 해변에서 그리스로 탈출을 위해 보트를 타고가다 배가 뒤집어지면서 익사한 3살 아일란 쿠르디는 5살된 형과 부모 등 가족이 파도에 떠밀려와 해변에서 발견돼 세계를 슬픔에 빠지게 했다.

그런데 이 어린이 가족이 캐나다로 올해 초 난민자격으로 이민을 신청했다가 거부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3일(현지시간) 캐나다 현지 언론 내셔널포스트 등에 따르면 아일란 가족은 캐나다에 난민 이민 신청을 했지만 올해 6월 거절됐다.

이들 가족은 20년전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한 아일란의 고모 티마 쿠르디를 후견인으로 세워 난민 자격으로 이민 신청서를 이민부에 제출했다.

티마 쿠르디는 내셔널포스트에 "아일란의 가족 4명이 개인을 후견인으로 하는 'G5' 이민에 해당해 터키에서 신청서를 냈다"고 밝혔다.

티마 쿠르디는 "이민부는 터키를 거친 신청 과정이 복잡하다며 이를 거절했다"며 "아일란 가족의 후견인이 되려고 친구와 이웃들이 은행 보증금도 보태줬는데 결국 캐나다로 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캐나다로 오지 못하게 되자 아일란이 배에 타게 된 것"이라며 캐나다 정부의 조치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티마 쿠르디의 지역구 의회 의원인 핀 도넬리는 "올해 초 내가 직접 크리스 알렉산더 이민부 장관에게 신청서를 전달했다"며 "알렉산더 장관이 '살펴보겠다'고 했는데 6월에 결국 거부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알렉산더 장관은 "아일란의 사진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이날 선거운동을 일시 중단하고 이민 신청이 왜 거부됐는지 진상을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아일란의 가족에게 돈을 받고 불법 이민선을 중개한 '난민 브로커' 4명도 터키경찰에 3일 체포됐다.

아일란의 가족이 캐나다로 가지 못한 배경에는 쿠르드족이라는 이유도 한몫했다는 설명이다.

쿠르드족 출신인 아일란 가족은 시리아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IS의 살상 위험에 노출되자 이를 피해 터키로 피신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에 살다가 내전을 피해 북부 코바니로 옮겼지만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이 닥치자 이를 피해 올해 초 터키로 몸을 피했다.
 
시리아 정부는 쿠르드족에 별다른 이유없이 여권 발급을 거부하곤 한다. 여권이 없어 신원이 불확실하다 보니 시리아 내 쿠르드족 출신은 난민지위도 얻기 어렵다.

여권없이 자국으로 피신한 시리아 내 쿠르드족이 난민 지위를 획득하지 못하면 캐나다와 같은 제3국으로 출국할 수 있는 터키 정부의 허가도 받을 수 없다.

희망이 없게 된 아일란 기족은 이후 그리스 코스섬을 향해 지중해를 건너다 2일 배가 뒤집혀 변을 당했다. 아일란의 형 갈립(5)과 이들 형제의 어머니도 함께 익사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일란의 아버지는 "시리아로 돌아가 아내와 아이들의 시신을 묻고 나도 옆에 묻히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