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투자하면 돈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이 전 대통령에 세일즈 외교를 주창하며 해외순방시 한국투자환경설명회(IR)에 설 때마다 강조한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말짱 꽝이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외국 기업들과 체결한 투자유치 양해각서(MOU) 가운데 절반은 투자가 철회되거나 7년째 유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원외교와 함께 MB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내세운 세일즈 순방성과라고 치켜세운 투자유치도 공수표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백재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MB 정부 당시 체결된 투자유치 MOU 12건 가운데 6건이 '투자 철회' 또는 '유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철회·유보된 투자 규모는 12억9000만 달러(1조5000여억원)에 이른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4월 해외순방으로 미국(4.15~19)을 거쳐 일본(4.20~21)을 방문했다. 경제대통령을 내세워 당선된 만큼 첫 해외순방도 '코리아세일즈 외교'로 디자인됐다. 

그는 미국을 방문해 뉴욕의 플라자호텔에서 지식경제부 주최(전경련, KOTRA 공동주관) 한국투자환경설명회(IR)를 열고 미국 기업인 400여명을 대상으로 코리아 세일즈에 나섰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첫 해외순방으로 미국과 일본을 찾아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대통령을 내세운 만큰 해외순방을 코리아세일즈외교로 포장했다. 당시 머니투데이에 소개된 방미. 방일 일정표는 이 전 대통령의 경제관련 일정이 빼곡하다.

그 결과 5개 기업과 11억8000만달러 규모의 투자 MOU를 체결했다.

당시 청와대는 “MOU 체결 규모가 전년도에 신고된 외국인 투자금액 105억달러의 11.2%에 달하는 규모”라며 과간이란 말이 나올 만큼 자랑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11억8000만달러의 투자 MOU 가운데 물류기지 관련 10억달러는 이미 투자가 철회됐고, 반도체 제조시설(1000만달러)과 디젤차량 생산공장 관련 투자(1000만달러)는 7년이 지나도록 투자 유보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체결된 전체 MOU 금액 가운데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은 휴지조각이 된 것이 86%가량에 이른다.

이 전 대통령은 곧이어 방일 기간에도 도쿄에서 한국투자환경설명회를 가졌고,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통해 5건의 MOU를 체결, 5억9000만달러의 투자유치 성과를 올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중 경기 성남시 분당에 특급 관광호텔을 신축하겠다는 1억달러 투자 건은 결국 계약이 철회된 것으로 드러났다.

MB정부가 최대 자랑거리로 삼은 자원외교는 비리 덩어리와 예산낭비로 드러나며 자원외교로 맺은 96건의 MOU 중 본계약으로 이어진 것은 16건에 불과했다.

국민들 사이에선 "MB정부의 자원외교가 말짱 도루묵이 된 것처럼 투자유치마저 헛수고가 된 것"이라는 조소가 나오고 있다.

백 의원은 "자원외교에서 나타난 문제점이 투자유치 관련 MOU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며 “대통령 순방 등에 맞춰 홍보에 이용하기 위해 급조되는 MOU로 국민을 속이는 행위는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MB정부의 투자유치가 공수표가 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당시 참석했던 한 재계인사는 미국 기업설명회에서는 400명이 초청됐지만 900명 넘게 참석해 자리에 앉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보도됐다.

그러나 이 중에는 소위 동원된 사람이 상당수 포함됐기 때문이란 후문이다.

이 재계인사는 "이전 정부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본 재계는 이명박 정부에 큰 기대를 걸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이 한국에 투자하면 돈번다고 하자 재계는 "미국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격찬했던 게 사실이라며 다소 민망하다"고 말했다. 

<MB 뉴욕플라자 호텔 한국투자환경설명회 당시 국내 경제계의 반응과 언론의 보도> 한국기업설명회는 그야말로 성황이었다. 일부는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서서 이 전 대통령의 연설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소위 동원된 사람이 상당수 포함됐기 때문이란 후문이다. 그럼에도 이전 정부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본 재계는 이명박 정부에 큰 기대를 걸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이 한국에 투자하면 돈번다고 하자 재계는 "미국 분위기가 달라졋다"고 손뼉을 쳤다. 당시 이 전 대통령과 함께 동행했던 경제계 수행인사들의 말을 보자. 용비어천가 수준이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은 "대통령이 직접 투자설명회(IR)를 주도하는데 대해 현지 외국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이 대통령의 기업친화적인 태도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도 "투자설명회장 열기가 대단하다. 미국측의 비즈니스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기업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기업정책을 묻자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실질적인 규제완화도 중요하지만 규제가 앞으로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 대한 투자는 한번 진행되면 몇년간 계속 진행된다"면서 "수년 동안 돈을 벌 수 있는 기대감을 주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회장도 "이 대통령이 격식보다는 현실적으로 접근하는데 대해 외국 경제계 인사들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