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롯데타운에 지어진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롯데캐슬골드'의 펜트하우스 4채가 롯데그룹 오너 일가와 롯데계열사에 특혜 분양된 의혹이 제기됐다.

25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신격호(93)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72)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세자녀와 롯데쇼핑이 롯데캐슬골드의 복층형 펜트하우스 4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캐슬골드는 2002년 11월 롯데쇼핑 시행으로 롯데건설이 잠실 롯데타운에 37층짜리 2개동 400가구로 지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다.

당시는 타워팰리스를 시작으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한 청약 열기로 들끓던 때다. 당시 청약에 10만여명이 몰렸고 펜트하우스가 포함된 고층부(30~37층 80가구) 청약에만 2만6723명이 신청해 33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금만 1억원인 펜트하우스(복층형 8채, 단층형 8채)는 청약 첫날에 신청자가 모집 가구 수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런데 이 아파트 최고급 복층형 펜트하우스 8채 중 절반을 롯데그룹 오너 일가와 계열사가 입주 시작 전부터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쟁률을 감안할 때 펜트하우스 4채를 온전히 추첨 방식이나 선착순 분양 방식으로 분양받았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 신영자 이사장은 시행사인 롯데쇼핑의 총괄부사장이었다.

신 이사장의 자녀는 1남 3녀로 첫딸을 제외한 아들과 두 딸이 36~37층 펜트하우스 3채(전용면적 244.63㎡)를 소유하고 있다. 셋째 딸은 남편과 공동소유하고 있다. 롯데쇼핑도 같은 크기의 펜트하우스 1채를 가지고 있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신 이사장의 아들은 2003년 10월22일, 셋째 딸은 2004년 9월7일 시행사인 롯데쇼핑 소유의 펜트하우스를 매입했다.

복층형 펜트하우스 추첨은 2002년 11월6일 실시됐는데 롯데쇼핑은 분양권 프리미엄이 치솟던 1~2년 뒤에 오너 일가에게 소유권을 넘긴 것이다.

당시 복층형 펜트하우스 분양가는 19억~21억원 수준이었다. 둘째 딸은 추첨 이틀 뒤인 11월8일 롯데쇼핑으로부터 펜트하우스를 샀다.

2005년 12월 입주가 시작된 이 아파트의 복층형 펜트하우스 매물 호가는 현재 45억원이다.

제값을 주고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면 2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얻는 셈이다.

특혜 분양을 했다면 일반 분양 신청자들을 우롱한 처사일 뿐만 아니라 법인에 손해를 끼쳤다는 점에서 업무상 배임 여부 논란도 제기된다. 다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롯데건설은 당시 관련자료가 내부 규정에 따라 파기하게 돼 있어 계약서 등 분양 관련 서류는 남아 있지 않다. 당첨자 명단도 없어서 신 이사장 자녀들이 처음부터 청약을 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 분양 업무 담당자도 모두 퇴사한 상태"라고 한겨레에 밝혔다.

롯데건설은 나중에 서류를 찾았다며 당시 계약금 납입대장을 제시하고 당시 복층형 펜트하우스 8채 가운데 5채가 미분양이었다고 했다.

당시는 전매 제한이 강화되면서 등기를 하지 않고서는 전매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어 등기부에 애초 분양받은 당첨자가 없다면 롯데쇼핑과 자녀들 사이에 바로 매매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국토부의 시각이다.

롯데쇼핑의 경우 ‘최종 미분양 처리’를 하기 전에 롯데캐슬골드(102동)에서도 가장 전망이 좋다는 펜트하우스를 법인 소유로 돌렸다. 분양에 실패한 물건을 마지막에 시행사가 떠안는 관행과는 사뭇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