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임모씨 부인에게 거짓 실종신고를 주문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국정원이 임씨에 대한 고강도 감찰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특히 임씨에 그치지 않고 딸과 아내에게도 임씨의 근황을 물은 것으로 알려져 감찰을 임씨의 가족으로 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머니투데이는 국정원이 자살한 직원 임모(45)씨에 대한 감찰 과정에서 임씨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에까지 조사의 범위를 확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며 임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결정을 내린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고 23일 보도했다.

머니투데이는 22일 국정원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국정원은 사망 수일 전부터 해킹 프로그램 논란과 관련 임씨에 대한 강도높은 감찰을 진행했으며, 이러한 와중에 현재 육군사관학교에 재학 중인 임씨의 큰 딸에게도 국정원 감찰 담당자의 연락이 닿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임씨가 국정원 내 감찰반으로부터 조사를 받으면서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는데, 국정원에서 큰 딸에게도 아버지의 최근 상황을 묻는 등 연락을 취하고 임씨의 부인에 대해서도 비슷한 내용을 조사하면서 더 큰 심적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졸업 후 군 공무원으로 임용될 예정인 딸에게 국정원이 연락한 것 자체가 부모로서 자녀의 앞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적잖은 부담을 느끼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신문에 따르면 사망 전 임씨는 해킹 프로그램 논란에 따른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자책감, 이에 따른 조직의 감찰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감찰 과정에서 가족들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가장으로서 더 큰 죄책감에 시달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부싸움을 하고 나간 남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임씨 부인의 첫 신고, 국정원이 부인에게 전한 "남편이 나오지 않았다"는 통보 역시 최근 국정원의 강도 높은 전방위 감찰에 임씨 가족의 어려운 상황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임씨는 국정원 감찰실로부터 보안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의 내부조사는 감찰, 경위, 보안조사 3가지인데 이 중 보안조사가 가장 강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철우 새누리당 정보위간사가 말을 바꾼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사정 전문가의 분석이다. 사건 직후 이철우 정보위원은 임씨가 내부 감찰을 받았다고 전했다가 특별감찰이 알려지자(20일 한겨례 보도) "임씨는 감찰을 받지 않았다"고 말을 번복했다.

한 정보 관계자는 "이 의원의 말바꾸기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무책임한 말장난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 위원회는 국정원 감찰실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위원회 측은 감찰실 조사기록 제출을 요청했지만 국정원이 거부할 가능성이 커 임씨의 자살 원인과 관련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감찰실에 대한 검찰수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감찰조사가 직무와 관련된 비위 관련 조사인 반면 보안조사는 외부에 유출되면 안되는 민감한 정보가 새나갔을 때 하는 조사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정원 내부에서도 구성원들의 조직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고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임씨는 평소 강직하고 책임감이 강한 성격으로 주변으로부터 적지 않은 신뢰를 받아왔고, 마지막 순간까지 유서를 통해 "정말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며 조직을 보호하는 사명감을 내비쳤는데 '가족까지 불안하게 만든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직원들의 자살 또는 자해 사건들은 주로 특유의 조직에 대한 '충성심' 등에서 비롯된 반면 이번에는 강도 높은 감찰을 통해 사실상 '조직이 직원을 사지로 내몬 것'"이라며 "수년간 국정원의 잇단 '실책'과 더불어 내부 분위기는 그야말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해외로 출국한 나나테크 허손구 대표는 21일 한겨레에 "숨진 임씨와 직접 연락을 주고 받았다. 주 타킷은 중국에 있었고 국정원의 주요 관심사는 휴대폰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