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유승민 원내대표 비난으로 촉발된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의 사퇴요구 주장이 여권내 파열음을 내고 있는 가운데 전선이 국정통수권자와 입법권 수장간에 미묘한 갈등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강경 입장이 국회를 압박하면서 양측 최고 수장 사이에도 미묘한 갈등기류가 반영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일 한국 주도로 결성된 중견국 협의체인 MIKTA(믹타·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호주)의 국회의장단을 만났다.

그러나 주인공이어야 할 국회에서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을 초청한 정의화 국회의장이 불참한 것.

대통령이 외국 국회의장을 만날 때 한국 의장이 배석하지 않은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어서 크게 문제될 사안은 아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거부권 정국에서 벌어진 일이어 달리 해석될 수 있다.

당초 박 대통령은 믹타 의장단과 오찬을 하고, 정 의장이 참석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주말 갑자기 오찬 대신 20분간 접견하는 것으로 일정을 바꾸었다.

믹타는 박 대통령이 추진한 ‘미들 파워(중견국)’ 외교의 성과라고 청와대는 자평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도 스스로 홀대한 것이다.

청와대 측은 “다른 일정 때문에 1시간 넘게 이어질 오찬을 추진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급한 일정이 무엇인지는 정작 공개하지 않았다. 심기가 불편해 일정을 변경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과 정 의장이 거부권 행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인 게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유승민 내홍’의 불똥이 외교 사안으로까지 번지면서 청와대는 사감에서 시작된 것을 국정, 나아가 외교사안까지 끌고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는 3일 운영위원회를 연다.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출석하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또 한 번 ‘여·야·청(靑)’ 사이에 격돌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