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416연대'에 대해 공안당국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인사청문회조차 자료제출 거부로 불완전 검증속에 여당 단독으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과 사과 조건을 달아 이완구 총리에 이어 반쪽 총리가 될 뻔했던 황교안 총리가 국회를 통과한 지 하루만에 나온 조치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9일 박래군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이자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의 불법집회 주도 혐의와 관련해 서울 중구의 416연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회의 문서 등 관련 자료를 압수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께부터 416연대 사무실 앞에서 대기하다 단체 관계자가 도착한 오전 11시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4.16 연대회의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련 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압수수색을 규탄하고 있다.(사진 4.16 연대회의 제공>

경찰은 416연대 운영위원이자, 박 위원장과 함께 집회 주도자로 지목된 김혜진 공동운영위원장이 대표로 있는 영등포구 소재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사무실도 이날 오후 압수수색 했다. 이날 오전에는 두 사람의 승용차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그동안 두사람에 대해 4.16 연대와 국민대책회의 조직 의사결정구조와 함께 경찰버스 파손 등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4월 11.16.18일 세월호 추모집회와 관련해 기획의도와 행진 계획등에 대해 수사해왔다.

경찰은 두 사람을 두차례 소환조사했지만 묵비권을 행사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당시 두 사람이 세월호 집회를 어떻게 주도하고 계획했는지를 집중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경찰이 이들에게 적용하려는 집회시위법 위반 혐의는 "집회 현장에서 일어나는 범죄로 사후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를 찾을 수 있는 성격의 범죄가 아니다"며 이번 압수수색은 공안정국 조성을 위한 사전작업의도라고 경계했다.

유가족들도 "경찰이 세월호 진상 규명 활동을 위축시키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황교안 총리인준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날 곧바로 진행되자 공안검사 출신 총리임명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 총리는 총리 인준 통과 후 청와대 임명장을 받고 난뒤 메르스 사태 수습을 제1의 과제로 정하고 비상근무체제로 임했다.

취임사에서도 메르스 사태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국민통합에 힘쓰겠다는 강조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곧바로 공안당국의 조치가 세월호 침몰 진상규명 운동 관련단체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이어지면서 인준 통과 전 야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된 공안검사 출신으로 국민통합에 적합한 것이냐는 지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황교안 국무총리 인준 후 첫 작품이 세월호 관련단체 압수수색이라는 것은 씁쓸하다”며 지금은 한눈 팔지 말고 메르스 사태에 전념해야 한다고 416연대 압수수색을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허영일 부대변인은 18일 '지금이 세월호 관련단체를 압수수색할 때인가'라며 "황교안 총리 인준 후 첫 작품이 세월호 관련단체 압수수색이라는 것은 씁쓸하다. 벌써부터 공안 총리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닌 지 걱정스럽다"고 주장했다.

허 부대변인은 "한국의 대표적인 인권운동가인 박래군 위원장에 대한 조사가 그렇게 시급한 일인지 의아스럽다. 메르스 차단에는 백년하청이던 공권력이 세월호 추모집회 참가자에 대한 법 적용은 속전속결"이라고 꼬집었다.

야권과 세월호 관련단체는 이번 압수수색의 배경이 세월호 참사 진실 은폐를 위한 공안정국 조성 사전작업이라고 경계하고 있다.

허 부대변인은 이와관련 논평에서 "세월호는 정권이 기를 쓰고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압수수색할 때가 아니라 청와대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힐 때"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메르스 극복을 위해 여야정이 합심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황교안 총리도 한 눈 팔지 말고 모든 역량을 '메르스 극복'에 집중해야 한다. 황교안 총리는 부정적인 본인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도 이번 재난 상황 극복에 올인해야 한다. 총리의 일사분란하고 헌신적인 모습에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4.15 연대회의도 세월호 진실은폐를 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4.16연대회의는 "잡으라는 메르스는 안잡고 밝혀야할 진실은 묻으려는가"라며 "국민모두가 추모하는 마음을 모으는 자리에 언제나 없었던 국가가 그것을 불법으로 단죄하겠다고 칼날을 들었다"며 "이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려는 국민의 열망을 짓밟는 공안탄압'이라고 규탄했다. 
전국 555시민사회단체가 망라된 국민대책회의도 공동성명을 내고 압수수색을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작년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집회, 올해 참사 1주기일정 등 추모제까지 집시법, 일반교통방해, 특수공무집행방법 등의 혐의를 적용하며 당일 집회내용이 담긴 문서, 416 연대와 세월호국민대책회의 조직도를 찾겠다며 압수수색을 했다며 "황교안 취임 일성이 이렇게 시작됐다"고 비판했다.

4.16연대는 오는 28일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 발족식을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에서 열기로 했다. 이 행사는 발족 총회, 발족행사, 연찬 순으로 진행하며 4.16 연대 지키기 운동과 1만회원 모집단을 발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