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안산 단원고 2학년(현재는 3학년)들의 수학여행길을 삼켜버린 세월호 참사 당시 친구들을 멀리 떠나보내고 살아남아 있던 단원고 3학년 박진수 군이 그들 곁으로 뒤따라갔다.

동아일보가 진도 앞 바다에서 세월호를 타고 가다 하늘나라로 떠난 친구 이다운군을 1년 2개월간 그리다 16일 자신도 다운이와 친구들곁으로 떠나갔다는 소식을 18일 전했다.

또한번 대한민국의 마음은 진수를 떠나 보내며 슬픈 마음을 지울 수 없게됐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진수는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뇌종양을 앓았다. 중학교 1,2학년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고 그렇게 건강을 되찾은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뇌종양은 고등학교에 올라와 또다시 재발했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인 3월말 뇌종양 재발 소식을 들었다.

뇌종양이 재발했다는 통보를 받은 게 수학여행 직전인 3월 말.
수학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 담임이었던 고 이해봉 교사와 같은 반 친구들은 수술을 기다리던 진수의 병실을 찾아 우리끼리만 여행가서 미안해. 잘 다녀올게라며
미안함과 위로를 전했다.
그게 마지막 인사였다. 진수는 수술을 받고 일반 병실로 올라와 진도의 맹골수도에 정든 친구들과 선생님이 세월호와 함께 잠겨버렸다는 비보를 들었다.

진수는 늘 붙어다니던 친구 A군과 함께 이름 이니셜을 새긴 우정반지 세명 중 다운이를 잃었다.

평소 가수가 꿈이었던 다운이가 생전 작곡한 노래가 한 유명 가수의 입을 통해 세상에 나오는 순간 눈물을 흘렸다는 진수.
사고 후 두달만에 입을 연 진수의 첫마디는 친구들이 보고싶다고 했다.

수술 후 10번의 항암치료를 견디는 동안 진수의 몸은 75kg의 건강한 체구에서 38kg으로 쪽 빠졌다.

바늘 꽂을 혈관 찾기도 힘들었던 진수는 "차라리 내가 세월호에 탔더라면. 이렇게 아프지는 않았을 것을" 고통과 힘겹게 싸우던 진수는 학업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학교 수업을 들으며 수업일수를 채웠고 컴퓨터공학도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은 이승에서의 꿈보다 친구들을 더 그리워했는 지 마지막 순간을 맞아야 했다.

진수는 16살의 짧은 생을 정리라도 하듯 숨지기 하루 전 15일 부모에게 나 때문에 고생 많았어. 일도 못 하고 어디 놀러가지도 못하고. 엄마 아빠 사랑해" 아버지(47)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를 돌봐주던 주치의와 간호사에게도 "고생하셨어요.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제대로 발음하기도 힘겨워하는 진수에게서 감사 인사를 들은 어른들의 눈가엔 감동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의 눈물이 흘렀다.

16일 오후 고려대 안산병원에 차려진 진수의 빈소에 진수와 다운이의 아버지가 함께 했다. 두 아버지는 아들의 생전 기억을 떠올리며 대화를 나눴다.

"둘이서 오디션 간다고 새벽 4시에 집 나설 때 아버님이 데려다 주셨다면서요" "그랬죠. 애들이 가게 전단지를 돌려줘서 고맙다고 짜장면하고 탕수육을 사줬는데 그렇게 맛있게 먹더라"

이제 두 아버지는 우정반지의 마지막 남은 A 군을 걱정했다. 그는 우정반지를 낀 채 또한명의 친구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진수는 18일 그토록 가고 싶었던 단원고 2학년 5반 교실을 마지막으로 들러 화장절차를 거친 뒤 평택서호추모공원 납골당에서 쉬고 있는 이다운 군 바로 옆에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