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독재권력으로 이어지던  암울했던 시대를 지나며 저항과 구속, 분신으로 항거했던 대학생과 청년들의 시위가 이어지던 역사의 한가운데서 대학교정에는 검은 숯덩이로 변해가며 오직 하나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저항의 몸짓으로 역사에 몸을 던진 젊은이들의 희생이 이어졌다.

그 가운데 1991년 고 김기설씨 유서대필 사건으로 옥살이를 했던 강기훈씨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억울했던 누명을 써야했던 강기훈씨가 독재권력과 그를 지탱해준 권력, 검찰과 법원에 의해 덧씌워진 누명을 벗기까지 무려 24년이 걸렸다.

그러나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며 암을 얻어 몸을 가누기 힘들 만큼 병세가 악화됐다.

당시 그에게 누명을 씌우는 독재권력을 유지, 지탱시켜준 권력에 의한 조직적 범죄에 가담했던 법무부장관과 검찰, 법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필적감정 관련자들은 속죄는 커녕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강씨는 1991년 전민련 간부 김기설씨가 서강대 교정에서 분신을 한 채 투신해 자신을 검은 숯덩이로 만들면서 권력에 저항하며 스러졌다.

당시 군부독재권력에 의해 명지대생 강경대군이 전투경찰이 휘두른 곤봉에 맞아 숨을 거두자 이에 항의하며 군부독재 물러가라며 스스로 자신의 몸을 불사른 김기설씨의 죽음에 슬퍼하는 많은 이들의 분노가 확산되자 권력은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신 써줬다는 유서대필 사건을 조작해 발표했다.

검찰은 필적감정 결과 김씨와 강씨의 필적이 같다는 결론을 내고 유서대필 사건은 조작됐다며 외치는 강씨를 구속기소했고 재판부는 진실을 밝혀내지 않은 채 눈을 감았다.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24년간 고통의 시간을 보내며 거대한 국가권력에 맞서 진실을 밝혀냈다.

사건 당시 대대적으로 뉴스와 기사를 내보내며 사건을 침소봉대하며 대서특필했던 언론과 권력은 아무런 반성이나 사과를 하지 않고 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에 대해 24년이 지난 오늘 사건의 실체를 뒤늦게나마 집중 조명했다.

# 스물다섯 청년의 분신자살, 진실은 무엇인가

1991년 5월 8일, 거리는 한 남자의 분신자살 소식으로 연일 소란스러웠다. 당시 모 대학교 캠퍼스에서 한 청년이 불에 탄 주검으로 발견된 것! 가족과 친구들은 그의 분신자살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그는 여자 친구와 가족들에게 결혼을 이야기하는, 미래를 꿈꾸던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주검의 주인은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간부 김기설씨였다. 김씨의 여자친구 홍모씨는 "춘천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저에게 “우리 결혼합시다”라고 했어요. 그 날 (마지막) 통화에서는 사랑한다고 하였습니다"고 진술했다.

이윽고 가족들은 김기설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 두 장의 필적이 숨진 아들의 글씨가 아니라는 것.

실제로 가족이 제출한 김씨의 필적은 한 눈에 보기에도 유서의 필적과는 달라보였다. 가족의 진술을 토대로 검찰은 김씨의 죽음을 밝히기 위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하였고, 주변인들의 필적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문서를 입수해 강기훈씨가 바로 그 유서를 쓴 주인공이라고 특정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유서대필사건은 그렇게 탄생했다.

김씨의 사망 후 6일 째 되던 날, 검찰은 김씨의 유서와 비슷해 보이는 필적을 발견했다. 그것은 김씨의 지인 강기훈씨가 과거 경찰에 연행되었을 때 작성했던 진술서의 필적이었다.

검찰은 즉각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두 문서의 필적감정을 의뢰했고 결과는 놀랍게도 두 사람의 필적이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강씨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였고, 이 사건은 5월 18일 언론에 ‘강기훈의 유서대필사건’으로 대서특필되며 당시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민주화운동지연에서는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들불처럼 확산되는 민주화운동의 열기를 꺾기 위해서 공안당국은 사건을 조작, 발표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언론은 이를 외면한 채 권력이 발표에만 중계하기 급급했다.

강기훈씨는 법정에서 "저는 유서를 대필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은 얘기를 못해도 저는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검찰이 조작했습니다"라고 진술했다.

숨진 김씨와 강씨는 재야단체인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의 사회부장과 총무부장 이었다. 강씨의 유서대필사건이 보도되면서 그들의 지인과 전국 각지의 재야단체 관계자들은 보관하고 있던 그들의 필적을 공개했다.

검찰은 사건 발생 5일 후, 과거 김씨가 근무했던 군부대까지 방문하여 그의 필적을 수집해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검찰이 입수한 필적자료들의 행방은 점점 묘연해졌다. 조작의 서막이었다.

# 검찰의 완벽한 수사인가, 조작된 진실인가?!

당시 김씨를 포함한 젊은 청년들의 연이은 분신자살에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분신정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강대 박홍 총장은 김씨의 분신자살 직후 “지금 우리 사회에는 죽음을 선동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를 계기로 김씨의 분신자살은 배후 세력이 선동한 죽음으로 탈바꿈, 연일 뉴스 1면을 장식했다.

그러나 김씨의 분신자살을 종용하고 방조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강씨는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강씨는 최후 진술에서 "과연 이 사회에서 누가 젊은 청춘의 목숨을 앗아가는 배후입니까? 재야인가요? 검찰인가요"라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1998년, 2007년 두 차례 유서대필사건을 방영하였다. 사건의 처음부터 현재까지, 24년간의 진행된 치열한 진실 공방! 제작진은 사건 관계자들의 생생한 증언과 필적감정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파헤쳤다.

이내 검찰 수사와 법원의 유죄판결까지 감춰진 이야기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이번 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오랫동안 추적해 왔던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의 전모를 밝혔다.

강씨에게 자살배후조종자의 주홍글씨의 낙인을 찍고, 조작된 진실 아래 숨어 있는 검은 그림자의 정체를 낱낱이 파헤쳤다.

이제 당시 법무부장관이던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 등의 입이 열려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