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9일(현지시간) 쿠바에 대해 33년 만에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했다.

국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이 오늘 날짜로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쿠바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기준을 충족했다는 우리의 엄정한 평가에 따른 것"이라고 해제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지난해 12월 17일 역사적인 국교정상화를 선언한 데 따른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미 행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쿠바 테러지원국 해제 결정을 미 의회에 통보하고 의회의 찬반 입장 표명 기간인 45일이 지나자마자 곧바로 해제를 공식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쿠바 정부는 이전 6개월 동안 국제적으로 어떤 테러지원 행위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테러지원 행위를 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고 알렸다.

미국은 1982년 쿠바가 냉전 시절 남미 내란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테러지원국으로 처음 지정했다.

미국은 또 '2013년 테러리즘 보고서'에서도 쿠바가 스페인의 분리주의 단체인 ETA와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을 지원한다고 적시한 바 있다.

이번 테러지원국 해제로 쿠바는 앞으로 '무기 수출 금지 및 무역 제한'이 풀리고 미국의 금융 시스템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양국 정상은 지난달 11일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나 상호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한 바 있다.

양국 정상의 회동은 라울 카스트로의 형인 피델 카스트로가 쿠바 혁명을 일으키기 3년 전인 1956년 이후 59년 만에 이뤄진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됐다.

양국 국교정상화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대사관 개설 등 양측 간 실무협상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양측은 최근까지 대사관 복원을 위한 4차례의 협상을 벌였다.

한편, 쿠바가 테러지원국에서 빠짐에 따라 미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명단에는 시리아, 이란, 수단 등 3개국만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