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서비스가 맘에 들지 않는다며 승무원을 내리게 하는 등 소란을 피워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2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2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선고 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는 1심 형량보다 2개월 감형된 것이다.

아울러 함께 기소된 대한항공 여모 상무 역시 형량은 유지하고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조 전 부사장은 작년 12월 30일 구속수감된 이후 144일만에 석방됐다.

1심에서는 검찰이 적용한 5개 혐의 중 국토부 조사 방해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를 뺀 '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등 4개 혐의를 적용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에서 최대 쟁점은 항로변경죄 인정 여부였다. 형량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부는 항로변경죄에 대한 판단과 관련, 항공기의 '램프리턴'은 항로 변경이 아니고, 항공기가 항로에 진입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아 "조현아 전 부사장의 항로변경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와 관련해서도 "항공기 보안·안전운항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은 경미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1심 재판부가 '항로변경죄'와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 등을 인정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것과는 다른 판단이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결심공판에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를 포함한 5개 혐의가 여전히 모두 인정돼야 한다며 1심과 같은 3년을 구형했었다.

이에 대해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1심 재판부의 판단이 법리를 오해했다며 22초간 17m를 이동한 것은 항로 변경으로 볼 수 없어 헌법 원칙인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항공기운항안전저해폭행 혐의와 관련해서도 폭행 행위가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면서도 "실제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1심과는 달리 업무방해와 강요에 대한 혐의는 인정했다.

결국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와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이 혐의를 인정한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를 제외한 중요 쟁점을 둘러싼 논쟁에서 법원은 '항로변경죄'와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에서 검찰이 아닌 조 부사장측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이 여승무원 김도희씨가 미국에서 진행중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묵된다. 김씨는 판결을 앞두고 탄원서를 제출하고 엄벌에 처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씨가 미국에서 진행중인 소송을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해 탄원서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재판결과가 김씨의 탄원과 다르게 나오면서 미국에서의 소송 전략에도 다소 차질이 예상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