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 총학생회가 미관상 좋지 않다며 이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내건 현수막을 철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제 45대 서울여대 총학생회는 축제기간 중에 교내 미관을 해친다며 20일 새벽 정문과 남문 등 교내에 설치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서울여대분회(이하 노조)의 현수막 19개를 철거했다.

철거한 현수막은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긴 채 노조가 농성을 벌이는 행정관 앞에 놓여진 채 발견됐다.

총학생회는 18일 학교를 통해 청소용역업체인 대주HR에 현수막을 내려달라고 공문을 보냈으며, 축제 당일인 20일 새벽까지 이행되지 않아 직접 철거에 나섰다고 밝혔다.

총학생회 측은 "축제 주제를 '전통'으로 잡아서 청사초롱을 달았는데 현수막이 있으니 을씨년스럽고 보기 안 좋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일 년에 한 번뿐인 축제라서 예쁘게 진행하고 싶었다"고 현수막 철거 이유를 밝혔다.

노조는 사전에 총학생회로부터 직접 철거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고, 19일 용역업체가 공문을 받았다고 해서 학생 행사에 지장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소식을 들은 한 노조 관계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약자들이고 학생들을 위해, 학교를 위해 저임금에도 어두운 곳을 깨끗하게 하느라 궂은 일을 앞장서 하는 이들에게 사전 양해도 없이 철거하는 행위는 학생들이 경솔했던 것 같다"며 "80년대에는 총학생회가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나눔의 정신이 있었는데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