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술집에서 취중에 유신헌법 등 당시의 정치상황을 혼잣말로 불평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고인이 41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마성영 부장판사)는 대통령 긴급조치 1·4호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은 박모(1926년생)씨의 재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2001년 숨진 박씨는 아들의 재심 청구로 이뤄진 재심에서 사후 누명을 벗었다.

박씨의 아들은 2001년 11월 부친 박씨가 사망하자 2011년 2월 춘천지법에 재심을 청구해 지난해 7월 재심이 이뤄졌다.

고 박씨는 1974년 5월 15일 오후 9시께 춘천시 효자동의 한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민청학련에 관련된 학생들을 무엇 때문에 구속하느냐. 정부가 나쁘다'는 발언을 했다.

박씨는 같은 해 1월과 3월에도 같은 선술집에서 '10월 유신은 독재 정치하려는 것이다. 이북이나 이남이 다를 게 뭐냐. 이북도 살기 좋다'는 등의 말을 해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찬양·고무하고 대통령 긴급조치 4호를 비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고 박씨는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그해 8월 대통령 긴급조치 1·4호 및 반공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0년 및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고 이듬해인 1975년 2월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