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의혹을 제기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재판부가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벌금 500만원은 공직선거법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확정형을 받으면 당선무효에 해당되는 점을 감안할 때 중형을 선고했다는 게 법조계의 반응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선고 직후 대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 심리로 23일 열린 조희연 교육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선고 공판에서 법원은 조 교육감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조 교육감은 2014년 실시된 6·4 지방선거에서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라디오 인터뷰를 한 혐의(지방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공직선거법 준용)로 기소됐다. 검찰은 조 교육감의 발언을 문제삼아 보수시민단체가 고발하면서 수사를 벌여 지난해 12월3일 공소시효 만료 하루를 앞두고 조 교육감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재판은 조 교육감의 요청에 따라 '국민참여재판' 형식으로 4일간 진행됐다. 조희연 교육감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인지, 아니면 언론에 제기된 의혹을 믿고 단순히 해명을 요구한 것이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이날 검찰은 "추가 증거자료가 있는 것처럼 꾸미고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행위는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벌금 700만 원의 중형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 측 변호인은 "영주권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것은 사실을 말한 게 아니라 의견을 밝힌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7명의 배심원들은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주장을 듣고 4시간이 넘는 협의 끝에 '전원일치'로 유죄 의견을 냈고 재판장은 배심원단의 의견을 참고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시에서 "영주권 보유 의혹 제기는 선거 과정의 정당한 후보 검증이었다는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 “피고인은 투표에 임박해서도 고 씨와 10% 내외의 지지율 차이를 보이고 있었고, 영주권 문제가 유권자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조 후보가) 기자회견 전 별다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고 씨가 해명한 뒤에도 다시 인터넷에 답신 형식의 글을 올려 영주권 의혹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또 “선거 과정에서의 검증이라고 해도 무제한의 의혹 제기는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대법원에서도 벌금 100만 원 이상의 유죄가 확정되면 교육감직을 잃게 된다. 지방교육자치법은 상대 후보자를 낙선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조희연 교육감 측은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재야 법조게에서는 "당선 무효형인 벌금 100만원을 훨씬 웃도는 중형을 선고한 것과 관련 예상을 넘은 중형을 선고했다"는 반응이다.

한편, 이날 재판으로 교육감 직선제 실시 이후 공정택, 곽노현, 문용린 그리고 조희연 교육감까지 전현직 수장이 모두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법정에 섰다는 오명을 씻을 수 없게 됐다.

공 전 교육감과 곽 전 교육감은 징역형을 마친 뒤 만기 출소했고, 문 전 교육감은 선거 때 ‘보수 단일후보’라며 허위 광고를 한 혐의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