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 위주의 세계질서에 반대하며 제 3세계 비동맹 국가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1955년  반둥회의 60주년을 기념하는 제 16차 아시아-아프리카 대륙의 국가정상들이 유엔개혁을 촉구하고 새로운 경제질서 형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국에만 아첨하고 다른 전쟁 피해당사국에는 사죄하지 않아온 태도를 또다시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눈총을 받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해 과거 전쟁에 대해 반성한다고만 밝힌 채 사죄표명은 하지 않았다.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16차 아시아.아프리카 회의에서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 아베는 이날 "과거 전쟁을 반성한다"고 말했지만 사죄 표명은 하지 않아 70주년 종전 담화를 앞두고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 연합>

중국 시진핑 총리, 일본 아베 총리, 한국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헌법상 국가수반)을 비롯해 아시아, 아프리카 105개 국가, 15개 참관국, 17개 국제기구의 정상과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번 회의는 제3세계 비동맹국가들이 제국주의 강대국에 대항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였던 1955년의 반둥회의 기념을 위한 제16차 아시아·아프리카(AA) 회의다.

이번 회의에서 '유엔(UN)이 팔레스타인 문제 등 세계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유엔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크게 나왔다.

또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에 개방적인 새로운 국제 정치 및 경제 질서를 형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베는 이날 연설에서 1955년의 반둥회의에서 확인된 10원칙 가운데 '침략, 무력행사에 의해 타국의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을 침해하지 않는다', '국제분쟁은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한다'는 두 원칙을 강조한 후 "일본은 이 원칙을 과거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어떤 때라도 지켜나가는 국가일 것을 맹세했다"고만 밝혔다.

그는 '과거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을 거론했지만 맹세했다며 과거 얘기로 그치며 현재 반성하는 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이번 반둥회의 연설에서 무라야마 담화(1995년) 총리 담화 등에 명기됐던 '식민지 지배와 침략' 표현 등을 언급하지 않음에 따라 올여름 발표할 '전후70년 담화'에서도 이들 표현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된다.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은 개회사를 통해 60년 전 반둥회의를 회상시키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직면한 도전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한 관심을 촉구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의 안정과 평등을 위해서는 새로운 집단적 경제구조가 필요하며 유엔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엔은 세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유엔이 모든 국가에 정의를 촉진하는 국제기구로서 기능하기 위해 개혁해야 한다고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은 촉구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더 바르고, 평등한" 국제질서를 만들기 위해 중국과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은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아시아·아프리카 전략적 동반자 관계 활성화를 촉구하는 한편 미국의 북한 적대시 정책과 한국의 반통일적 자세로 한반도에 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는 아시아·아프리카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한국의 기여와 협력 의지를 밝혔다.

이번 16차 정상회의는 23일까지 열린다. 24일에는 반동회의가 처음 열렸던 자카르타에서 약 170㎞ 떨어진 반둥에서 기념식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