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이은철, 이하 원안위)가 27일 30년 설계수명이 다한 경북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2022년까지 수명연장을 허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원전 안전에 대한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찬반 의견이 엇갈려 결론 내지 못한 채 한차례 원안위가 결정을 미뤘던 결정이 정부의 의중대로 결론을 내리자 원안위의 존재 이유까지 의심받고 있다.

원안위는 26일 오전 상임·비상임위원 9명 전원이 참석해 제35회 전체회의를 열어 15시간 가까운 마라톤 심의 끝에 27일 오전 1시경 월성 1호기 계속운전 허가(안)에 대해 위원 2명이 표결에 반대하며 퇴장한 가운데 표결에 부쳐 7명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원전 수명 연장 결정은 2007년 고리 1호기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이다.

하지만 이번 심사 기간 내내 계속운전 찬성과 반대로 대립해온 위원들간의 갈등이 타협점을 제대로 찾지못한 가운데 결정이 이뤄져 향후 위원회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계속운전에 반대하는 측은 찬성하는 측에 대해 정부와 한수원 편에서 일을 처리하려 한다는 의혹의 시선을 끊임없이 보냈고, 찬성하는 측은 자신들이 전문가라며 반대하는 측에 안전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15시간 가까이 지루한 공방이 계속되고 위원들간의 감정적 대립까지 나타나자 이은철 위원장은 "인식의 차이 같다. 상대방 이야기도 들어주고 그래야 소통이 될 텐데 대화가 잘 안 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회의가 날짜를 하루 넘겨 27일 새벽1시에 이르자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다. 거수를 하자"며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야당 추천 위원인 김익중·김혜정 위원은 "충분한 심의가 안됐고 법적 흠결요건 있는 이 표결에는 참여 못하겠다", "왜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하느냐"며 표결 불참을 선언하고 퇴장했다.

이에 반해 정부 추천인 김광암 위원은 "두 분의 가치를 존중하고 정밀하고 진지한 심사에 감동했지만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다수가 결정되기 원하면 이제 승복하는 것이 따라야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표결 찬성 의사를 밝혔다.

원안위가 이번 안건을 표결처리한데는 심사 장기화로 경제적 손실이 커진다는 지적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원안위가 지난 1월15일과 2월12일 등 이미 두차례 회의를 통해 이 안건을 계속 심의해 왔고, 재가동 찬성파 등 일각에서 "원안위가 이젠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원안위는 이번 결정 과정에서 심사 과정에갈등을 노출하고 이를 제대로 조율해내지 못하면서 앞으로 원안의 운영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곧 나오게 될 다른 원전의 계속 운전을 결정하게될 때마다 이같은 의견충돌 문제가 재발할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

10년 안에 설계수명이 끝나는 고리 1·2·3호기와 한빛 1호기 등에 대한 계속운전 허가안을 심사하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원안위원 구성문제도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원안위원 구성은 국무총리가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장과 사무처장 등 상임위원 2명과 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회 추천 4명, 정부 추천 3명 등 비상임위원 7명 등 모두 9명으로 이루어진다.

국회 야당 추천 2명을 제외하면 모두 정부·여당이 원하는 인사를 위촉할 수 있는 구조여서 2013년 출범 당시부터 사실상 정부와 원전 사업자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채워져 독립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돼왔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009년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신청한 뒤 허가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운전을 위한 설비투자 등에 5천600억원을 먼저 투입한 점도 정부의 의도와 원안위 독립성에 대한 의혹을 사는 빌미가 됐다.

또 이번 심의과정에서 제기된 조성경 비상임 위원(명지대 교수)의 자격 논란도 앞으로 계속 논란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조 위원이 부지선정위원회 활동을 한 것과 관련 환경운동연합과 월성 주민 10명은 서울행정법원에 조 위원에 대한 임명 무효 확인 소송 및 효력정지를 신청한 상태다.

이은철 원안위원장은 위원회의가 끝난뒤 "안전에 대한 위원들의 개인적 생각이 달라 어려운 결정이었다"면서 "하지만 국민의 안전을 고려한 결정이었고, 이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하나 의원 등 야당은 이번 원안위 결정에 대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단체와 월성 지역 주민들은 폐쇄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27일 원주변에서 시위를 원안위의 결정을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