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언론사 외압 발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종편채널 간부에게 전화해 방송중인 패널을 뺐다. 기자의 인사도 좌우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뚤어진 언론관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인 및 아들 병역, 삼성 타워팰리스 다운계약서, 분당 땅투기의혹 등이 불거진 가운데 이 총리 후보자의 언론사 외압 관련 발언 녹취록이 KBS에 공개되면서 야당에서는 총리후보 자진사퇴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 총리 후보는 지난달 말 '대기'(일명 '뻗치기')하던 정치부 기자 3~4명과 종로구 통의동 근처의 식당에서 예정에 없던 점심을 하는 번개 오찬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 문제가 됐다.

KBS '뉴스9'은 5일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발언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녹음파일에는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인마. 빨리, 시간없어' 그랬더니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고 그래 가지고 빼고 이러더라고. 내가 보니까 빼더라고", "윗사람들하고, 내가 말은 안 꺼내지만 다 관계가 있어요. 어이 이국장, 걔 안 돼,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 "좀 흠이 있더라도 덮어주시고 오늘 이 김치찌개를 계기로 도와주쇼" 등의 말이 담겨있다.

이 총리 후보자의 발언은 언론보도 통제는 물론 언론사 인사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그릇된 언론관을 가지고 있음을 내보였다는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총리후보는 보도 직후 입장문을 내고 "평소 친하게 지내던 기자들과 격의없이 대화하는 사적인 자리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를 접하면서 답답한 마음에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며 "그럼에도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못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대오각성하는 마음으로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언론사에 영향력을 행사해서 자신에게 불리한 얘기가 보도되지 않도록 하고 기자들에게 잘 보이도록 하라는 식의 태도에 언론관은 독재시대에 횡행했던 언론사 통제를 할 수 있다는 언론관이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야권은 비교적 이 후보에 대해 내정 초기에 반기는 분위기였다. 비판도 가능한 수위를 낮추는 분위기였지만 차츰 드러나는 의혹이 드러나면서 막판에 언론사 외압까지 불거지면서 총리후보 거취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강공모드로 접어든 야당이 청문회를 통과시켜줄 지 주목된다.

여야는 6일 이 총리 후보에 대한 청문회는 9~10일에서 하루씩 늦춰 10~11일 하기로 했다. 총리후보 인사청문특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청문회 날짜 변경과 증인 채택의 건을 의결했다. 당초 10일 청문회에서 증인과 참고인을 부를 예정이었지만, 특정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합의가 지연되면서 제때 출석 요청서를 보낼 수 없게 되자 청문회 일정을 조정했다.

인사청문특위는 증인 12명, 참고인 6명을 채택했다. 부동산 투기의혹, 국가보위비상대책위 내무분과위 소속 삼청교육대 관련 의혹, 차남의 병역문제 의혹과 관련됐다. 특위는 11일 청문회에서 이들의 증언을 들은 뒤 12일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 계획이다.

한편 이 후보자의 녹취록은 당시 좌석에 참석했던 기자를 통해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실을 통해 KBS로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