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의 본질은 신뢰입니다. 하나금융그룹은 고객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진정으로 만족할 때 금융회사의 신뢰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하나금융그룹은 사회 이웃, 공동체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와 견고한 신뢰를 쌓을 것입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이 신뢰를 상실한 국내금융회사들의 현실을 직시해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말이다. 하지만 이런 말이 외환은행 인수 이후 합병추진 과정에서는 노사관계의 기본인 신뢰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김정태 회장은 거짓말쟁이가 되고 있다. 외환은행 노동조합과 하나금융지주간 협상시작에 맞춰 흘러나온 하나금융지주 임원과 금융위원회 관계자의 합병예비인가 신청과 승인 발언이 잇달아 나오면서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발언자 문책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계약직원 정규직 전환 발표에 이어 합병예비인가 신청과 노조와 협상 병행을 흘리면서 언론플레이를 통해 노조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합병예비인가 승인 관련 발언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지자 긴장하고 하나금융지주와 금융위가 서로 짜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지원을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날 모처럼 양측이 협상에 공감하며 대화의 실마리를 찾는 듯 보였던 노사관계가 다시 파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조가 하나금융그룹과 금융위원회가 김정태 회장의 연임 지원을 위한 것이라고 의심을 하는 이유는 하나금융그룹 고위관계자가 13일 예비인가신청을 낼 것이라고 밝히자 마자 금융위 관계자가 14일 28일 정례회의를 열어 예비인가 승인 방침을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 고위관계자는 어제(13일) "노조와 대화는 계속하면서 '예비인가 신청' 절차를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통합을 추진할 방침이고 이르면 이번 주 금융위원회에 합병을 위한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28일' 금융위 정례회의를 열어 예비인가를 승인해준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4일 "하나금융지주가 이번 주중 합병 예비인가 승인신청서를 제출하는 대로 오는 28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열어 승인을 내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지주 계열사간의 '합병 예비인가 승인'은 신청서 접수 뒤 '60일' 이내에 결정하지만, 금융위는 2012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부터 관련 서류를 검토해 신속하게 예비인가를 내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만 "본인가는 따져볼 문제가 많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외환은행 노조는 합의서 준수를 요구하며 대화협상을 요구하는 반면 하나금융지주측은 김정태 그룹회장의 조기통합 지시 이후 대화는 하되 조기합병을 전제로 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초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노조와 시민단체 등의 반대 등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 아래서 대통령 측근인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정부인가를 받아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되자 여론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2.17 합의'에 서명하고 향후 5년간 독자경영을 보장하기로 하면서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하지만 지난해 김정태 회장은 지난해 노사정 합의의 산물인 2.17 합의를 뒤집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발표했다. 이후 노사갈등을 유발하면서까지 조기합병 강행을 시도하고 있다.

외환은행 경영진은 제대로된 의견한번 밝히지 못한 채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의 지시를 따르기 급급한 모습이다.

이와관련 노조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이 화장실에 똥누러 들어갈 때와 똥누고 나와서 다른 것처럼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 하나금융지주 측은 노조의 반발에 부닥쳐 연말까지 목표로 했던 조기통합을 연기했다.

정치권에서 조기통합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조사 방침 등 여건이 좋지 않자 연내 조기통합 시한을 연기했다.

진정성있는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그룹 측의 조기합병 추진에 맞서 합병절차 중단과 함께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측은 한편으로 대화에 응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합병절차 진행을 하고있다. 노조 측은 합병절차 진행과 대화는 병존할 수 없으며 진정성없는 대화자세라고 주장해왔다.

이런 가운데 13일 외환은행 노조와 하나금융그룹이 오랜만에 절충점을 찾아가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듯 했다.

외환은행이 시한을 제시하며 본협상에 나서겠다고 하자 하나금융측도 이를 환영하는 반응을 보여 의견접근의 실마리를 찾는 듯 보였다.

이날 노조는 60일(~ 3.13)이라는 시한까지 명시하면서 본 협상에 나서겠다며 구체적인 협상일정까지 제시했다.

하나금융지주측도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본협상이 본격 개시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측의 투트랙 진행 방침이 나오면서 모처럼 마련되는 듯하던 하나금융과 외환노조의 합병 협상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