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 파문의 배후인물은 K,Y라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메모가 공개되면서 검찰수사로 일단락됐던 청와대 문건파문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Y의 당사자로 지목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검찰 수사를 청와대 가이드라인에 의한 부실수사라며 특검제 실시를 요구하는 야당의 특검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발단은 12일 김 대표가 2015년 첫 국회본회의 참석차 본회의장에서 문건파동의 배후는 K, Y라고 적힌 메모를 들여다보는 모습이 언론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불거졌다. 이니셜이 누구인지를 놓고 궁금증이 커졌다.

다음날인 13일 메모속의 내용은 청와대의 한 행정관이 사석에서 밝힌 것으로 이니셜 K는 김무성 대표, Y는 유승민 의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월5일이라고 적힌 메모 맨 아랫줄에는 김 대표가 친필로 적은 "문건파동 배후는 K,Y. 내가 꼭 밝힌다. 두고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적혀있다.

그 위에는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손수조 부산 사상당협위원장, 음종환 이동빈 청와대 행정관 등의 이름이 적혀있다.
이후 K,Y가 누구인 지 온갖 설들이 난무했는데 K는 김 대표, Y는 유승민 의원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의원은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어서 청와대가 새누리당의 김 대표와 차기 당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유 의원을 문건파동의 배후로 의심하는 정황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준석·음종한 등 메모에 등장한 인물들은 박관천 경정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난해 12월18일 술자리를 같이했는데, 이 자리에서 한 청와대 인사가 문건 파동 배후로 김 대표와 유 의원을 지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김 대표와 유 의원을 문건 유출 배후로 의심하고 있는 것이고 이를 그 자리에 첨석한 한 인사로부터 김 대표가 전해듣고 메모를 한 셈이다.

당청관계가 더 껄끄러워질 수 있는 대목이다. 

수첩에 나온 발언자로 지목된 청와대 행정관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K·Y는 김 대표·유 의원이 맞지만 배후로 지목한 게 아니다. 내가 이준석 전 비대위원에게 '조응천 전 비서관이 배후다. 조 전 비서관은 김 대표와 유 의원에게 줄을 대 대구에서 배지를 달려는 야심밖에 없는 사람인데, 어떻게 조 전 비서관 얘기를 사실로 믿고 (방송에 나가 청와대를 비판하는) 평론을 하느냐. 섭섭하다'고 얘기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얼마 전 모인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메모해둔 것인데 내용이 황당하다고 생각해 적어놓기만 하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며 "수첩을 우연히 넘기다가 찍힌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도 이날 밤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6일 의원들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이 얘기를 처음 들었다"며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모든 게 사실대로 빨리 밝혀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이니셜 파문이 당.청관계와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더 불펴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 일문일답에서 문건 파동과 관련해 "개인적인 영리, 욕심을 달성하기 위해서 전혀 관계없는 사람과 관계없는 사람 중간을 이간질시켜서 뭔가 어부지리를 노리는 그런 데 말려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