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켤코 자리에 연연하지 않으며 제 소임이 끝나는 날 물러날 마음 자세를 갖고 있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문건유출 파문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질문에 "비서실장으로서 비서실 직원의 일탈행위에 대해 국민에게 걱정을 끼치고 비판을 받는 데 대해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대단히 죄송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실장은 이날 비선실세 의혹 규명을 위한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미리 배포한 모두 발언에서 "문건유출 사건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과 위원들께 심려를 끼쳐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대해 깊이 자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공개석상에서 사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자식이 병원에 누워 사경을 헤맨 지 1년이 넘었는데 자주 가보지도 못해 인간적으로 매우 아프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이 국민행복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심초사 해외 세일즈 외교를 다니며 하루도 쉬지 못하는데 애국하는 대통령께 조금이라도 미력이나마 보좌하고 있다"고 충성심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정윤회 문건과 관련 "제가 볼 때 전부가 허위라고 확신했고 그래서 특별한 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지난 2004년 이미 정윤회는 대통령 곁을 떠났고 국회 있을 때부터 부속실 비서관이 대통령을 모셨지만 전혀 연락이나 관계가 없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문건은 2013년 말부터 정윤회씨가 청와대 비서관 등 10여멍과 모여 '김 실장 교체설을 언론을 통해 유포해야 한다'는 지시를 했다는 것과 박지만씨 미행설 관련 내용이 담겨있다.

김 실장은 "당시 비서실장에 온 지 4개월 됐을 때인데 제 아이가 사고를 당하자 이 보고서 이전에 벌써 인터넷이나 여러군데서 그런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신경을 안썼고, 사실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김 실장은 이른바 '측근 3인방'을 상대로 확인 작업을 거쳤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만남이 없음을 확신하고 있었다"면서 "박지만이라는 분도 청와대 가까이 온 일도 없어 서류 전체를 허위라고 봤다"고 답했다.

이날 운영위원회는 청와대 민정수석 불출석으로 회의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충돌하면서 회의가 정회되는 등 파행을 겪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역대 민정수석이 자신과 직접 관련된 의혹 규명 등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국회 회의에 참석한 전례가 없다고 하자 새정치민주연합은 민정수석비서관실이 이번 사태의 주무 부서인 만큼 불참할 경우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은 "민정수석은 문건유출과 관련해 직접 관련성이 없고 의혹 제기만 있다"면서 "민정수석은 비서실장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청와대를 총책임지는 만큼 김기춘 실장을 상대로도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진성준 의원은 "문건 유출 사건이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일어난 일인데 민정수석이 출석 안하면 국민적 의혹을 제대로 짚어 물을 수 있겠느냐"면서 "오늘 운영위를 개최한 근본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도 확대간부회의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이 불참하면 운영위 파행은 물론 국회 일정 차질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완구 위원장은 여야가 의사진행 발언으로 설전을 벌이자 "정상적으로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면서 회의 시작 40여분 만에 정회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