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서비스를 문제삼아 회항과 승무원 하기시키며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기내난동의 전말이 검찰 발표에서 낱낱이 드러났다.

서울서부지검은 조 전 부사장을 7일 구속기소하고 재판에 회부했다. 땅콩회항 사건 수사에 착수한 지 27일만이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달 5일 뉴욕 케네디공항에서 인천을 향해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 쪽으로 10m 가량 미끄러지듯 이동을 시작한 KE086기(A380기종)가 갑자기 멈췄다. KE086기에는 승객 247명이 타고 있었고 당시 주기장에는 이륙을 준비하는 항공기들로 붐벼 복잡하고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KE086기는 3분간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항공기 기장은 "Cabin item check(기내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고 관제탑에 회항을 요청했고 관제탑은 사고를 우려해 램프리턴(항공기가 탑승게이트 쪽으로 되돌림)을 허가했다.

박창진(44) 사무장은 인터폰으로 기장에게 "기내에 응급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그가 보고한 응급상황'은 조현아(41·여)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견과류의 일종인 마카다미아 서비스를 문제 삼아 박 사무장을 내리라고 했기 때문이다.

247명의 승객이 탄 항공기의 안전을 위협한 철없는 재벌 3세의 황제적 군림이 승무원은 물론 승객들의 안전까지 위험에 빠뜨린 아찔한 순간이었다.

조 전 부사장은 램프 리턴 후 다시 활주로로 나가는 비행기 안에서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여모(58) 상무에게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을 전송했다.

내용은 "기내 서비스 하나 제대로 못해 비행기 딜레이된 거 담당자 문책할 테니 월요일에 팀장회의 준비하라"는 것.

조 전 부사장의 메일 하나에 대기업 대한항공은 순식간에 발칵 뒤집혔다.

여 상무는 사태 파악을 위해 서둘러 미국에 남아 있던 박 사무장에게 경위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박 사무장은 당시 상황을 적나라하게 기재해서 리포트를 제출했다.

MS워드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리포트는 일반 폰트보다 훨씬 작은 7포인트 크기 글자로 A4용지 3장을 가득 채웠다.

이 메일을 본 순간 본사는 더욱 난리가 났다.

여 상무는 해당 리포트를 차마 조 전 부사장에게 보여주지 못했다고 한다. 경위서 조작과 은폐가 시작된 것이다.

여 상무는 급거 귀국한 박 사무장에게 "내 눈 앞에서 리포트를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사무장은 그가 보는 앞에서 노트북을 켜 삭제했다.

조 전 부사장은 그때까지도 잘못을 깨닫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8일 박 사무장에 대한 국토교통부 1차 조사 직후 객실승무본부 여 상무에게 전화해 "승무원이 매뉴얼을 숙지 못해 하기시킨 게 왜 내 잘못이냐. 오히려 사무장이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질책했다.

이어 이튿날 여 상무가 사표를 제출하자 이를 반려하며 '사태 잘 수습하세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여 상무는 이에 '법 저촉사항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의 '지시성 질책'을 허위 진술과 증거인멸에 개입한 증거로 판단해 혐의를 적용했다.

조 전 부사장에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추가했다.

20여분간 이어진 기내 난동은 항공보안법 위반(항공기항로변경·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 및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은 "국가기관인 국토부의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해 부실조사를 초래했기 때문에 조 전 상무는 여 상무와 '공동정범'이 된다"고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항공기가 출발한 줄 몰랐다"며 항공기항로변경 혐의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항공기항로변경죄는 법정형이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중범죄다.

검찰은 램프리턴 상황이 담긴 미국 JFK 공항 항적추적 시스템 영상을 증거자료로 법원에 제출키로 했다.

대한항공은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 여 상무는 국토부 조사를 받는 대한항공 임직원들에게 거짓 진술을 요구했다.

박 사무장 등에게는 허위 경위서를 작성토록 했다. 또 지난달 11일 검찰이 대한항공 본사 압수수색에 나서자 부하 직원에게 자료를 지우고 컴퓨터 한 대를 바꿔치기하도록 지시했다.

김모(54)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은 국토부 조사 상황과 향후 계획 등을 여 상무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했다. 그는 여 상무의 대한항공 입사 1년 후배였다.

검찰은 여 상무를 '증거인멸', '증거은닉', '강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김 감독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함께 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