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인으로 유명한 최일구 전 MBC 앵커가 개인파산 신청을 낸 사실이 알려져 그를 아끼는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해 4월 빚보증을 섰다가 빚더미에 몰려 개인 회생신청을 내 재기를 위해 순항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으로 다가왔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MBC 주말 뉴스데스크 진행을 맡으며 얼굴을 알리며 개념있는 촌철살인과 자신이 직접 취재해 보도하는 기자정신으로 천직으로 여긴 천상 현장기자로 언론계에서 손꼽히는 언론인으로 각인됐다.

소위 잘 나가던 최 전 앵커가 어려움을 겪게되고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게 된 것은 거액의 채무가 직접적 원인으로 알려졌다.

최 전 앵커는 친형의 부동산 및 출판사를 운영했던 지인의 공장부지 매입 등에 연대보증을 섰다. 

하지만 국내 출판시장이 장기 불황에 빠지면서 30억 원대의 빚을 떠안게 됐고 급기야는 지난해 4월 13일 의정부지방법원에 개인 회생신청을 했다.

법원은 같은 해 5월 20일 최 전 앵커가 신청한 회생신청을 받아들였다. 당시 최 전 앵커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수익을 올려 이해 관계자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네티즌들은  “최일구 회생신청, 빚만 30억 원대?”, “남한테 피해준 것도 아니니 기죽지 말고 힘내시길”, “인생 리셋이지만 전성기 되찾을 것”, “회생 후 좋은 방송활동 기대해요” 등의 격려를 보냈다.

하지만 최 전 앵커는 결국 회생에 성공하지 못한 채 11월 개인파산 신청을 내기에 이르렀다.

직접적인 원인이 보증을 섰다가 떠안게된 빚 때문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MBC 파업사태 후유증이다.

그는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85년 MBC 보도국에 입사해 민완기자로 이름을 날리며 MBC 주말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간판 앵커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러던 중 2012년 이명박 정부 때 낙하산 사장 반대와 언론자유,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170일간의 파업을 결행한 MBC노조의 뜻을 공감하며 간부 보직을 벗어던지고 직접 파업에 동참했다. 당시 노조는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170일간의 파업투쟁을 벌였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사측은 최 전 앵커에게 징계조치를 내렸다. 이후 각계 시민단체 등에서 보복인사라며 반발하는 가운데 사측은 1년 단기계약직 채용 등 정상적이지 않은 인사를 하며 노조를 압박하는 등 MBC노조 파업 후유증에 몸살을 앓았다.

최 전 앵커는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이듬해인 2013년 2월 28년간 몸담았던 MBC를 떠났다. 이후 tvN에서 SNL코리아 진행을 맡으며 그의 이름값을 하며 인기프로그램으로 장안에 화제가 됐다.

그러나 정권에는 눈엣가시로 비쳐져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재를 받는 등 세파를 거치다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후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은 많지만 그가 마음놓고 보도할 수 있는 자리는 주어지지 않으면서 세상사람의 기억속에서 멀어져가고 경제적 수입에도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힘든 생활 가운데서도 공정방송을 위한 열망과 후배들에 대한 사랑은 50살이 넘은 지금도 그대로였다.

그는 "쉰살이 넘어서도 그런 현장에 서 있다는 게 서러웠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어느 세월월에 이뤄질 것인 지 너무 안타까웠다"면서 "MBC의 주인은 국민이어야 한다. 국민이 맞다. 하루빨리 MBC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학수고대 하며 하루하루 살고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앵커는 그러면서 "국민의 방송이어야 할 MBC가 자꾸 정권의 눈치를 보는 쪽으로 가고 있었다. 이건 안 된다,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후배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한 달 정도 고심을 하다가 2월 말 파업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4년 12월1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파업으로 손실을 보았다며 노조를 상대로 낸 179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2심(항소심) 재판에서다.

최 전 앵커는 1980년 민주화의 기운이 싹트던 서울의 봄 당시 전두환 군부쿠데타 세력의 퇴진을 요구하며  광화문에서 시위를 벌였고 1987년 6월항쟁 당시에는 중부경찰서 출입기자로 광화문 시위현장을 취재했다. 2012년 3월에는 MBC 기자 해직 취소 복직 요구 1인시위를 위해 그 현장에 직접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