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보면서 과연 박근혜 정부가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중에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미생’ 의 주인공 장그래를 빗대어 장그래법으로 불려지는 이번 ‘ 비정규직 종합대책’ 은 한마디로 엉터리 대책이고 고용불안과 해고 위협에 시달리는 천만 비정규직을 구제하기는 커녕 오히려 비정규직을 고착화하고, 양산함으로써 세계최악의 지표를 자랑하는 사회전반을 개선시켜 내지 못할것이 자명하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정부가 올해 초 내놓은 시간제라는 비정규직에 이어 나온 비정규직 양성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비정규직법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파견법’ 은 외환위기속에서 경직화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운영하면서 외국투자자들의 투자를 촉진하고 고용을 늘려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정리해고와 파견제를 도입하고 외환위기를 일으킨 재벌에겐 부정부패 주범인 정치권 뇌물 공여와 탈세를 막기위한 ‘돈세탁 방지법’ 과 문어발식 경영방식을 제한하는 계열사들에 대한 연결재무재표 결산방식을 도입, 계열사 내부자 거래를 통한 밀어주기식 불공정거래를 차단했다.

허지만 재벌들은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받는 조건으로 실행한 계열사 구조조정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진행됐으며 자금을 지원한 정부의 소홀로 오히려 재벌체재를 강화하는 역현상을 초래해 호언장담하던 재벌혁신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반면 노동자들은 흑자부도를 맞은 중소기업부터 특정 대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부당해고되어 길거리로 나앉게 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실업률이 치솟고 사태가 심각해지자 뒤늦게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답시고 만든 ‘실업수당’과 취업을 독려하기 위한 효과없는 대책으로 대응했지만 결국 오늘날과 같은 통계청조차 가름할 수 없는 그야말로 백수천국의 비극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세계경제 10위권의 국가총생산량을 자랑하며 3만불 선진국에 진입 했다고는 하지만 이와같은 노동시장의 비정규직제도가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형태를 창조해 극단적인 사회양극화를 불러 왔으며,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가정이 파괴되어 이혼률이 치솟고, 처지를 비관한 자살이 2-30대의 사망원인으로 꼽히는 비극적인 사회를 만들어 내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 발표를 보면 이와같은 현실을 혁신하고 노동자들에게 고용안정과 적정 임금을 보장해 미래를 예측 할수있게 만드는 것 보다는 비극적인 날품팔이 노동시장을 더욱 더 황폐화 시키는 결과를 초래 할 내용들 뿐이라 과연 박근혜 정부의 현실 인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비정규직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것이 무슨 고용을 안정화 시킨다는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고, 더군다나 35세 이상은 기간연장을 본인 선택으로 만들어 거부할 경우 자동으로 해고가 되는 어이없는 대책이 아닐 수 없다.

1년이상 근속의 경우 지급하던 퇴직금을 3개월 이상으로 지급기준을 바꾸는것도 한마디로 언발에 오줌누기 다름 아니다. 사업주가 노동자를 고용해 자신의 책임으로 지휘를 받게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소수 정규직과 다수 비정규직을 채용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취지를 훼손하고 착취를 합법화 하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비정규직들은 노조 조직율이 거의 없다. 다시말해 자신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이 개별화 되어 불리한 조건속에서 생활 한다는 것이다. 노조를 만들 경우 해고를 각오 해야 하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다른 회사 취업에 상당한 지장이 발생한다는 것이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는 원점에서부터 다시 ‘비정규직 대책’을 검토 하기 바란다. 비정규직 사태를 방치하고 재벌 입맛에 맞춘 잔인한 노동정책을 거두고 경제민주화와 상생 그리고 공정사회를 지향 한다는 공약을 실천하기 바란다.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한 노동자가 행복한 결혼을 꿈꿀수 없거니와 국가정책에 호응하지 않는다.

이는 국가의 큰 불행이며 계층간 극단적인 대립을 초래해 노사정 모두에게 발전적인 미래도 없어지게될 것이다. 미생의 장그래가 비정규직으로 해고되지 않고 정규직이 되어 더욱 더 발전하는 노동자로 드라마가 끝을 맺지 못한 것은 드라마로써 한계가 아닌 사회전반이 그런 상상도 허용 하지 않을 만큼 엉망이라는 반증이다. 박근혜 정부의 용기있는 노동정책을 기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