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단속에 투입됐다가 과로로 쓰러져 식물인간이 될 위기에 처한 서울시 중구청 공무원에게 노점상들이 한푼두푼 정성을 모아 세밑을 앞두고 훈훈한 온정을 나눴다.

화제의 주인공은 동대문 평화시장 일대에서 좌판을 펴고 밤늦은 시간부터 새벽까지 장사하는 노점상들이다. 동대문중앙상인회는 최근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모아 사경을 헤메고 있는 중구청 가로정비과 소속 단속공무원 성현우(49)씨와 가족을 찾아 위문하고 성금 60여만원을 전달했다.

상관의 노점상 단속 지시에 따라 현장단속에 투입됐다가 연일 계속된 격무에 지난 11월 5일 서울시 중구청 사무실에 쓰러진 가로정비과 소속 공무원(공무직) 성현우씨가 두달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성씨의 가족들이 애태우며 의식이 돌아오기를 기원하고 있다. 노점상을 범죄자 취급하는 중구청(구청장 최창식) 단속반에 쫓기며 하루하루 생계를 꾸려가기 바쁜 노점상들이 정성을 모아 성씨를 위문하고 성금을 전달했다.

자신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단속의 눈길을 놓지 않고 있는 공무원에게 오히려 온정을 베풀고 나선 것. 성씨는 지난 11월 5일 과로가 누적돼 구청 사무실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뒤 국립의료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이 위태로워 인근 대학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뇌수술을 받았지만 두달 가까이되도록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노점상측은 중구청 단속관련 부서 간부공무원에게 전달하려 했지만 담당 관계자가 받기를 거부하면서 직접 짬을 내 병실을 찾았다고 한다.

노점 관계자는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개시도 못하는 날이 비일비재한데 회원들이 성금모금에 빠지지 않고 정성을 보태는데 주저하지 않았다"며 "살을 에는 엄동설한에 먹고살기 위해 추운날씨에도 거리로 나올 수 밖에 없는 노점상들을 보호하기는 커녕 단속의 눈초리를 보내는 구청을 보면 야속하기도 하지만 추운날씨에 나와 고생하다 쓰러진 환자를 보면 미안함이 든다"고 말했다.

중구청 공무원은 현재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투병생활을 계속하고 있어 가족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현재 환자는 나이드신 노모와 부인이 번갈아가며 교대로 돌보고 있지만 생업문제와 막대한 병원비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단속원들은 최창식 구청장의 노점단속 강화 척결의지에 따라 격무에 시달리다 쓰러진 동료를 보면서 제2의 성씨와 같은 환자가 나오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중구청은 직원이 과로로 쓰러지자 대책으로 단속원들을 교대로 투입하고 있다.

한편 중구청은 노점단속을 위해 올해 구예산 5억원을 편성했다. 내년 2월까지 용역업체와 지난 8월 계약을 연장했다. 노점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실태조사를 벌여 이를 토대로 생계형만 심사해 허용하는 양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노점을 관리구역내로 이주시킨다는 방안이 노점들에게는 장사가 되지않는 곳에 설정해 현실성없는 관리방안으로 체감하기 힘들다는 게 노점상들의 반응이다.

포장마차 단속 등 물리적 충돌로 논란을 빚은 강남구청이 2억원의 예산을 사용한 것과 비교하면 갈수록 세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예산의 적절성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중구 의회는 중구청이 추경예산 심의에서 집행부(구청)가 제출한 예산안을 일부 삭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