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외환은행 IT 부서 직원들이 IT 통합작업의 첫 단계로 ‘서울스퀘어’로 강제 이전한 지 2주일이 지나도록 업무환경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은행 노조와 직원들에 따르면 IT부서 직원들은 심한 먼지와 분진, 냄새로 많은 직원들이 아직까지 방진 마스크를 써야하는 실정이다.

또 출근시간대는 그야말로 전쟁상황이며 점심시간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기본적인 모든 것이 준비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들을 무조건 몰아넣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는 지적이다.

파티션도 설치되지 않고 있고 갱의실을 겸한 여직원 휴게실은 외부로 뚫린 창문이 있는 비좁은 공간에 겨우 마련돼 있다.

13층과 15층에 50여명의 여직원이 있는데 여직원 휴게실은 15층 한곳에 불과하다.

한 직원은 "입주 당시에는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려 있고 전기배선이나 서랍장과 사무용품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직원들이 들어와 정상적인 업무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무리하고 졸속적인 통합작업 강행의 단적인 첫 모습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하나금융그룹은 노조와 현재 대화단계임에도 한편에서 통합을 강행하는 양면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합의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통합작업이 매끄럽지 못하고 불편과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IT 통합을 위한 직원 이전은 당초 12월 5일과 19일, 두차례로 나누어 이전키로 했다가 갑자기 12월5일로 모두 다 옮기는 걸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이사 직전 또다시 12월2일로 다시 바뀌었다.

노조 관계자는 "12월 이전 자체가 설득력 없는 계획이었는데 그나마 조변석개(朝變夕改)로 계속 앞당겨졌다"고 꼬집었다.

금융계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회장이 은행합병을 연내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제는 스스로 족쇄를 차는 꼴이 되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연내완료’의 당위성을 내년 3월 지주회장의 임기연장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 ‘계좌이동제’라는 말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노조는 "12월 IT 본부 이전은 통합일정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은행합병을 돌이킬 수 없는 기정사실로 만들어 금융당국과 노동조합을 압박하겠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영세사업장도 예외가 없는 직원의 업무상 보건과 안전은 뒷전이 돼 IT 통합작업의 경우 회장연임 등 지주사 경영진 사정에 따라 작업의 범위와 작업량은 언급 없이 완료시한만 하달됐음. 특히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IT 통합에 따라 외환은행 시스템의 장점과 외환은행의 상품, 서비스, 업무know-how의 사장 및 고객피해, 하나은행 차세대 작업과 중복되면서 발생하는 엄청난 비용낭비 등도 고려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노동조합과 하나지주간 대화가 통합 관련 대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IT 등 통합에 따른 쌍방간 이견과 쟁점이 산적해 있는데도 지주사 경영진의 자체 사정 등의 이유로 IT 통합작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은 대화국면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김근종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진정성 있는 대화를 위해서는 협상기간 동안 IT 통합 등 추가적인 합병 일정을 잠정 중단하고, 쌍방이 동의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데 머리를 맞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