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해가 저물어가는 12월. 일터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5년 넘게 기다려온 쌍용자동차 노조에서 26번째 희생자가 나왔다.

13일(토) 영하의 날씨에 살을 에는 찬바람 속에 오랜 기간 삶의 고통에 지치고 몸에 병마저 들어 힘겨운 생활을 해온 쌍용차지부 노조원이 숨졌다.

쌍용차가 공장에서 노동자들을 내몬 지 6년째를 맞아 26명의 귀한 목숨을 앗아갔다.

대규모 정리해고 당시 정든 일터에서 쫓겨난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노조원  뒤 회계조작 의혹이 드러나 정리해고의 근거가 된 적자 논리가 타당한지 의문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은 최근 회사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정든 일터로 복귀를 꿈꿔온 이들에게 비수를 꽂고 이들에게 절망을 안겼다.

박씨는 1996년 쌍용차에 입사했다가 허리를 다쳐 몸에 무리가 덜 가는 부서로 옮겨 일하던 중 해고통지서가 날아들었다. 당시 받은 퇴직금은 산업재해 판정을 받기 위해 벌여야 했던 소송비용과 치료비 대기에도 벅찼다.  

2009년 해고된 쌍용차 지부 노조원 박모씨(47)는 복귀의 그날을 기다리다 쇠약해질대로 쇠약해진 몸으로 가족을 위해 비정규직으로 쌍용차 납품업체와 주유소 등에서 가족을 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온갖일을 해왔다.

지난 9월 간암 판정을 받은 박씨는 병마와 싸우는 중에도 실낱같은 복귀의 꿈을 놓지 않고 있다가 대법원의 날벼락같은 판결소식을 듣고 병세가 더 악화됐다.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고 부인과 중·고교를 다니는 두 딸을 남겨둔 채 13일 숨을 거뒀다.

쌍용차지부는 "남한테 의지하기 싫어하고 강직한 성격이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너무 컸다"면서 "억울한 한을 풀지 못한 채 외롭게 병마와 싸우다 죽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회계조작을 통해 직원들을 내몬 회사와 아직도 노동유연성을 떠들며 해고를 쉽게하겠다는 정부에 한탄했다.

쌍용차지부는 추워지는 겨울날씨에 결연하고 비장한 결행을 택했다. 쌍용차 김득중 지부장과 이창근 사무국장은 14일 올들어 가장 춥다는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높이 70m의 공장 굴뚝에 올라갔다.

김 지부장은 "더이상 동료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무엇보다 공장내에 남아있는 동료들의 힘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밖에서만의 노력으로는 기득권만을 보호하려는 법원과 정부에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