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백화점의 꽃' 상품기획자가 국내 백화점에서는 최초로 억대연봉자들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롯데백화점 상품본부 영패션MD팀의 선임 상품기획자(CMD) 성기환 과장(39)을 비롯해 김훈성(37 · 잡화),이상원(37 · 영패션),권영돌(38 · 아동 스포츠),김영화(40 · 리빙패션),최정욱(40 · 여성패션), 김동일(39 · 잡화) MD 등 7명이다.

롯데백화점은 직매입과 단독상품기획, 편집매장 구성 등을 통해 탁월한 실적을 거둔 이들을 지난해 실적평가 결과 두드러진 활약으로 '1억 CMD'로 선정했다. 이들은 다음달 2일 열릴 시상식에서 지난해 받은 연봉과 합쳐 합계가 1억원이 넘도록 평균 2700씩의 포상금을 받게된다.

유통업계에서 비교적 보수가 짠 기업으로 알려진 롯데백화점에서 나온 '연봉 1억 CMD'는 지난해 처음 도입한 것으로 동기부여와 경쟁의식 고취를 통해 상품기획자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으로 우수한 실적을 거둔 CMD를 선정해 연봉을 1억원 수준으로 높여주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최근 한달간 69명의 CMD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난해 실적평가에서 성 과장은 최고 점수를 받았다.
성 과장은 "수개월 동안 사전기획과 원료소싱, 공장발주와 생산관리, 마케팅 등의 과정을 거쳐 내놓은 상품이 히트를 쳤을 때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MD를 영화감독에 비유한다.

성 과장은 지난해 엠폴햄, 잭앤질 등 8개 브랜드와 협업해 11개 품목, 3만5000점을 직매입해 17억원의 매출과 8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또 10대를 겨냥한 '쿨캐주얼' 상품군을 새롭게 선보이며 서울 소공동 본점,영플라자 등에 매장을 만들었다. 롯데백화점은 이 상품군에서 지난해 462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히트상품은 젊은층이 선호하는 패션 트렌드 파악과 충분한 사전 기획을 통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 확보, 시의적절한 마케팅 전략 등이 어우러져야 나온다.

성 과장은 트렌드 파악을 위해 해외 박람회 견학이나 정기 시장 조사뿐 아니라 버스와 지하철을 타거나 거리를 다닐 때 항상 젊은층의 옷차림을 눈여겨본다. 이를 위해 친구들과 약속 장소를 젊은이가 많이 모이는 신사동 가로수길, 명동, 신촌, 홍대역 등으로 잡는다.

김훈성 과장은 지난해 양털부츠 1위 브랜드인 'UGG 오스트레일리아' 상품을 22억원어치 직매입해 모두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김 과장은 "미국 독일 중국 등 지난해 직매입을 위해 여행한 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통틀어 여행한 거리보다 더 길 것"이라고 했다.

이 과장은 정상 판매율이 50%를 넘어도 '대박'으로 평가받는 여성의류 상품군에서 동종 상품보다 30~40% 저렴한 가격의 리넨 재킷과 무스탕 재킷 등을 직매입해 전량 판매했다.

또 권 과장은 협력사와 공동으로 '뽀로로와 친구들' 등 특별 기획상품을 개발해 10억원 매출을 올렸고,'미키 컬렉션' 등 차별화된 아동 편집매장을 새로 열었다.

강희태 롯데백화점 전무는 "백화점의 경쟁력은 차별화된 상품에 달려 있다"며 "CMD들이 우수 상품과 브랜드 발굴에 더욱 힘쓰도록 1억원 연봉 대상자를 늘리고 해외출장 기회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