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링해에서 침몰한 오룡호가 선장이 탑승하지도 않은 채 출항 승무원 명부를 신청했음에도 당국이 이를 묵인해 승선승인을 해준 것으로 드러나 의혹을 사고 있다.

부산해양항만청은 사조산업이 실제 탑승하지도 않은 선장 등 승무원 명부를 허위로 신청했는데도 별다른 제재없이 명부만 짜맞춰 그대로 승선 승인을 내줬다.

이런 사실은 10일 부산해양안전경비서가 발표한 중간 수사발표에서 밝혀졌다.

부산해항청은 사조산업이 선장 자격 소지인의 명의를 빌려 선장인 것처럼 승선원 명부를 작성해 신청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선원법 규정에 맞도록 명부만 새로 작성토록 한 뒤 승인해 줬다.

사조산업은 선장 뿐아니라 해기사 면허급수 제한으로 자격미달인 기관장과 1기사 등 필수 승선인원의 명단을 제출한 사실도 적발됐지만 부산항만청은 직급에 맞게끔 재신청하도록 해 승인해줬다.

관리감독관청인 해양항만청과 사조산업이 유착의혹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부산안전서 조사결과 지난 1일 러시아 베링해에서 침몰한 오룡호는 실제 존재하지 않은 유령 선장만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선장으로 알려진 김모씨는 제1항해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배와 함께 하겠다는 최후 교신을 한 사실이 알려져 세월호 선장과 달리 선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으로 사건 초기 감동을 주기도 했다.

선원이 배에 승·하선할 때 신분과 직책을 선사는 선원법에 따라 항만청에 승하선 공인 신청을 내 확인을 받게 된다.

하지만 부산해양항만청은 해기사 2급의 자격을 가진 선원이 없어 선장 없이 출항하겠다는 신청서를 받고 이를 확인하고도 명부상 이름만 올리도록 하고 사후 확인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더욱이 사조산업 승선공인 담담인 추모(35)씨는 지난 1일 오룡호가 침몰하자 다음날인 2일 부산해항청으로 가서 담당 공무원과 만나 지난 3월25일 승선공인했던 유령 선장이 배에서 내린 것처럼 꾸며 다시 승선공인을 취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안전서는 이같은 정황으로 미뤄 부산해항청 담당 공무원들과 사조산업 사이에 승선 공인과정에서 뇌물이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 부분에 수사를 집중할 계획이다.

앞서 수사당국은 서울 서대문 사조산업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주변에서는 사조산업은 신한국당 국회의원을 지낸 인사가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