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속에 청와대가 소방방재청 차장 퇴임에 인사권도 없는 안전행정부를 통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국회 속기록에 의해 뒤늦게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소방방재청 폐지 방침과 달리 소방방재청 해체 반대' 목소리를 낸 소방방재청차장이 괘씸죄에 걸려 잘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회 회의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 30일 국회 안전행정위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정종섭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 장관과 나눈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런 정황을 밝혔다.

조성완 당시 소방방재청 차장은 10월 28일 안행부 장관 비서실로부터 사퇴를 종용받았는데 이에 앞서 청와대가 정종섭 장관에게 '사표를 받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조 전 차장은 10월 29일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청와대는 이틀 뒤 사표를 수리했다. 조 차장은 소방청 해체 반대와 소방청 국가직화를 요구하다 청와대의 눈밖에 나 남상호 청장과 같은 날 일괄 해임당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정 의원은 "조성완 차장이 10월 28일 국회 정부조직법TF에 참석했다. 조 차장이 돌아가는 중에 안행부장관 비서실에서 '사표내라'고 전화를 했다는 것 아느냐"고 물은 뒤 "정 장관은 무슨 권한으로 차장한테 사표를 내라고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장관은 청와대한테 전화받았느냐, 사표 받으라고? 내가 그것도 알고 있다. 말할 수 없느냐"는 정 의원의 계속된 질의에 "사의에 대해서 비서실에서는 연락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표 내라'는 말은 한 적 없다"고 전화로 사퇴와 관련한 얘기를 했음을 일부 시인했다.

청와대 압력 전화에 대해서는 "내 권한 사항이 아니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정 장관은 "그러니까 인사권한 범위가 아닌데,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는 정 의원의 질의에 아니다 맞다 등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말을 아꼈다.

이에 정 의원은 "받았군요. 가만히 있는 것을 보니까"라고 지적했다.청와대가 인사권도 없는 안전행정부를 앞세워 소방방재청 차장을 사퇴하도록 했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11월 7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소방방재청이 폐지되기 전까지 소방공무원법은 소방방재청 인사는 청장이 차장 등 소방방재청 간부에 대한 임명제청을 하면 국무총리를 통해 대통령이 임용하도록 하고 있었다. 청장의 제청권을 안행부 장관이 행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