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서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리본 훼손을 시도해 시민단체와 충돌을 빚은데 이어 서북청년단 재건을 하겠다고 밝혀 우려를 낳았던 보수단체들이 서북청년단 재건 창립총회를 강행했다.

해방 직후 극우 반공단체를 본따 만들어진 '서북 청년단' 창립총회는 행사장소를 서울시 청소년수련관으로 해 애초부터 적합성 논란을 빚은 끝에 결국 충돌사태까지 발생했다.

바른사회시민연대 등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한 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원회는 28일 서울 중구 수표동에 위치한 서울시 청소년수련관에서 재건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한달여전 이 수련관 3층 대강당을 대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소년수련관 측은 총회장인 3층 대강당에 대해 장소사용 대관을 취소한다고 통보하고 이날 장소사용 취소통보안내문을 게시했다.

총회 참가자들은 장소사용 허가가 취소 통보됐음에도 행사 강행을 시도해 수련관 직원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공간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면서 볼썽사나운 장면이 벌어졌다. 직원들이 서북청년단 깃발일 내리려하자 참가자들은 직원과 몸싸움을 벌이며 현수막을 내걸고 행사를 강행했다.

특히 이들은 행사자제를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서슴지 않아 무법천지로 변했다. 이들은 직원에게 "당신이 빨갱이야, 행사를 막을 권한이 있어"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대부분 4050대 이상의 중장년층들이란 점을 감안할 때 청소년들에게 모범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이 소식과 관련 청소년들은 "자라나는 청손년들에게 모범은 커녕 다양성과 자유, 진보를 무시한 획일적 반공주의를 강요하는 듯한 어른들의 태도에 실망감이 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소년수련관 측의 미숙한 대응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들은 한달여전 대관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관 신청 당시에 꼼꼼하게 살피지 않았던 것이다.

수련관측은 반공단체 서북청년단을 본딴 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원회는 한 달 전 대관을 신청하자 청년단이라는 이름을 보고 '청소년단체'로 착각해 대관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이 단체가 지난 9월 한차례 서울광장 세월호희생자 추모리본 철거소동을 일으킨 장본인들이란 점만 인식하고 있었더라면 미연에 막을 수 있었다.

수련관측은 뒤늦게 알고서야 행사 전날인 27일 청소년수련관 설립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뒤늦게 대관 취소를 알렸다. 수련관 시설대관 운영원칙에 따르면 청소년 수련관의 설립취지 및 운영 내용에 반하거나, 특정한 정당이나 종교의 목적을 가지고 있거나 시설대관의 취지에 부적합하다고 인정될 경우 등에 대해 사용승인을 제한하고 있다.

수련관 측은 서북청년단 재건위에 주변 웨딩홀을 섭외해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재건위가 수련관을 고집하면서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다. 수련관 측의 소홀한 업무처리가 충돌을 자초한 셈이다.

행사 주최측은 "이미 서면계약을 작성하고 계약금이 반환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법한 대관"이라며 "권리행사방해죄와 업무방해죄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함철 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원회 대변인은 "수련관의 설립 취지와 맞지 않아서 거절했다? 그렇다면 동성애 단체들은 이 청소년 수련관의 취지와 부합해서?"라고 따졌다.

이들은 경찰까지 출동한 가운데 대강당 대신 수련관 1층에서 재건총회를 강행했다.

맹천수 바른사회시민연대 대표는 "대한민국 건국에 기여하고 역사의 뒤안길에 사라져 간 서북청년단이 또다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섰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서북청년단 중앙집행위원인 손진(95) 옹을 총재로 추대했다. 또 광주민주화운동을 강제진압한 공수부대 지휘관을 지낸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 등 18명이 고문단에 임명됐다.

미.소 냉전 이데올로기 시대에나 통했던 시대에 맞지 않는 서북청년단 재건을 내세워 장소를 끝까지 사용하겠다며 고집을 부리며 미래의 새싹들을 만들어진 청소년수련관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렸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결국 이날 소동으로 학생들만 피해를 겪었다. 수련관은 학생 20명가량이 참여하는 위탁 대안학교 수업을 일찍 끝내고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야 했다.

서북청년단이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