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풍문으로만 무성했던 대통령과 청와대를 장악하고 국정을 농단해 온 비선실세의 꼬리가 드디어 잡혔다.

이른바 십상시’(十常侍·중국 후한 말 영제 때 권력을 잡고 조정을 휘두른 환관 10여명을 일컫는 말)로 표현되는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 정윤회를 중심으로 대통령 최측근 비서관들이 후한말의 환관들처럼 국정을 농단해왔다는 사실에 대한민국이 경천동지 하고 있다.

이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중대한 범죄다.

최고의 권력기관이며 국가통치 1번지가 사사로운 특정인에게 장악되어 있다면 이것은 나라가 매우 위험한 상태라는 반증이다. 그 때문에 ‘세월호’ 대참사가 벌어졌음에도 대통령이 무려 7시간씩이나 행적이 묘연하다가 뒤늦게 재난본부에 나타나 자다가 봉창 뜯는 발언을 했던 것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이들이 매달 두차례씩 고정적으로 회합을 갖고 국정을 농단하기 위해 1급기밀 청와대 내부정보를 유출한 문제는 공공기록물관리법 등의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며 진상조사의 결과에 따라선 중대한 범죄가 추가될 수도 있어 처벌이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대통령의 처신이다.

야당시절부터 여당대표를 거치는 동안 국정을 지적하며 쏟아낸 그야말로 주옥같은 어록은 정작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단 한마디도 실천되지 못하고 있으며 하지 말았어야 할 어리석은 행동으로 그렇치 않아도 도탄에 빠진 나라에 연이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의원시절 소통을 그렇게 강조하며 지난 정권 대통령들에게 직설법등을 통해 통렬한 발언을 했던 모습과 지금은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 있다.

그 이유가 비선실세들에게 국정이 맡겨져 각종 인사참패와 공직기강이 무너지고 4자방 등의 부정부패를 방치한 원인으로 밝혀질 경우 대통령은 대통령직 수행은 물론 자리마저 흔들릴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비선실세들을 엄벌로 다스리지 않고 대통령의 대국민 사죄와 재발방지에 대한 대책없이 사태를 수습하려 한다면 나라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져들 수 있다.

다시말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인간 대통령으로 전락하며 통치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말이다. 역대 정권들에게서 벌어졌던 집권 말기 현상을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중반에 맞게 되면 대통령 본인의 불행 뿐만 아니라 나라가 전체가 도탄에 빠질수도 있다.

끊임없는 부자감세와 노동자서민 증세로 담배값 등을 급등시키면서도 ‘언발에 오줌누듯’ 인상하는 그야말로 최저임금 기준이 되는 시급인상엔 인색한 정책을 구사하며 정규직에 대한 모독으로 비정규직 대책이라고 내놓는 민중을 실망시키는 발언이 비선실세들에게서 나온 것은 아닌 지 궁금하다.

더 이상 긴말이 필요없다. 대통령은 솔직하게 시인하고 진상조사를 받고 드러난 사실에 입각해 비선실세들을 엄벌하고 국정을 바로 잡아주기 바란다. 세월호의 진상규명과 4자방 비리 조사로 매우 힘든 시기에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사건을 일으켜 나라와 국민에게 부담을 준다면 대통령으로 자격이 없다.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떨리고 설레는 감격스런 다짐의 취임선서를 했던 것을 상기하며 불통고집스런 태도를 바꾸고 특정언론만 감싼 채 눈과 귀를 막기보다 국민들과 소통하며 국민들을 다독여주는 따뜻한 어머니같은 대통령으로 돌아오기를 국민들은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