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선출과 관련 은행연합회(회장 박병원)가 관치금융 낙하산 인사 의혹에 휩싸이며 진흙탕으로 전락하고 있다.

차기 회장 선출을 앞두고 특정인사의 사전 내정설이 흘러나오는 등 금융기관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상실한 채 금융당국의 의지에 놀아나는 듯한 회장 선출과정 때문이다.

은행연합회는 24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이달 30일 임기가 종료되는 박병원 회장의 후임 회장 선임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특정 후보(하영구 지칭)가 일찌감치 내정됐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이날 명동 은행회관 이사회 회의장 복도를 점거한 채 밀실인사를 철회하라며 금융당국의 인사개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금융노조 간부는 회의장에 진입해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날 이사회 직전 금융계에서는 하영구 전 한국시티은행장 내정설이 파다했다.

정치권에서도 사전내정설에 대해 비판이 나왔다. 국회정무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과 이학영 의원은 금융노조와 함께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당국에 밀실인사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김기준 의원은 "금융당국과 정부의 관치인사 음모는 저지돼야 하고 현장의 올바른 의견들을 수렴해 은행연합회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더이상 부당한 낙하산 인사, 관치인사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도 "금융당국은 금융의 공공성과 은행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한데 앞장서서 내정설을 흘리는 모습이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날 이사회에서는 회장선출을 28일 정기총회까지 보류하기로 했다.

이와관련 박병원 회장은 "이사진간에 회장후보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고 취재진에 밝혔다.

낙하산이라는 외부 시선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등의 의견을 고려하고 재차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산업노조의 반발도 감안해 이사진이 결정에 신중론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하영구 내정설, 나머진 들러리? = 현재 차기 회장후보군으로는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등 전직 시중은행장들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는 들러리일 뿐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일찌감치 차기 회장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있다.

애초 연임 가능성이 예상됐던 박병원 회장은 금융당국의 내정설이 나오면서 일찌감치 연임 의사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에서는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은행연합회 회장 선임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은행연합회는 28일 정기총회에서 다시 회장 선출을 위한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기총회는 은행연합회 산하 22개 회원사로 구성돼 있다.

금융노조는 "금융 관련 기관들이 회장이나 행장 선출의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당한 선임 절차를 밟고 있다"며 "은행연합회도 이 절차를 밟아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금융노조의 반발에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정례 이사회를 열지 못한 은행연합회가 28일 새로운 회장이 탄생할 지 금융당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하영구 전 시티은행장이 그대로 선출될 지 주목된다.

지금까지 은행연합회는 박병원 현 회장까지 10대째 회장 중 관료출신이 아닌 회장은 단 2명에 불과할 만큼 모피아(옛 재정부 마피아 합성어) 세력이 장악해왔다. 5대 회장인 이상철(前 국민은행장), 신동혁(前 한미은행장) 전 회장이 전문금융인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