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을 내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재신임해 준 구단에 감사하며, 무거운 책임감으로 기초가 튼튼한 팀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선동열 감독)
"그토록 응원했건만 가을야구 무대에 서지 못했는데 아무리 유명감독이라도 그렇지, 이는 특혜가 아니냐"(성난 팬)

기아(kia)타이거즈가 팀을 3년간 가을야구 무대에 올려놓지 못한 선동열 감독과 2년 재계약했다.
KIA는 19일 "선동열 감독과 2년간 총액 10억 6000만원(계약금 3억원, 연봉 3억8000만원)에 재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팬들의 실망과 분노를 의식해서일까. 선 감독은 재계약 발표에 대한 소감으로 "지난 3년간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해 타이거즈를 응원해 주신 많은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재신임해 준 구단에 감사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백업 육성과 수비 강화 등 기초가 튼튼한 팀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선 감독은 KIA 전신 해태 타이거즈에서 '부동의 에이스'로 팀을 정상에 올려놓으며 고 최동원(롯데자이언츠)과 세기의 라이벌전을 펼쳤던 '국보급' 투수로 불렸다.

감독으로 나선 이후에도 탄탄대로를 걸으며 삼성을 우승으로 이끄는 등 승승장구했다.
2004년 삼성 라이온즈 수석코치로 부임한 그는 이듬해 삼성 사령탑에 올라 2005년과 2006년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달성햇다.

특히 삼성의 팀 칼러를 투수 왕국으로 변모시키며 '공격야구'에서 팀 의 팀'으로 변모시키기도 했다.

선 감독은 2010년 시즌 종료까지 6시즌 동안 5차례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고, 3차례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으며 화려한 시간을 보냈다.
선 감독은 대구팬들이 광주 출신이란 비아냥에 꽤나 마음 고생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팬들이 그를 감독으로 택하자 삼성에 대한 비난까지 생겼지만 우수한 성적으로 그를 택해준 삼성에 보답했다.

하지만 정작 삼성의 라이벌이자 고향 광주에서는 기대 이하의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부임 첫해인 2012년 5위, 2013년과 2014년에는 연속 9개구단 중 8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며 무등골 호랑이는 노쇠한 호랑이 이미지로 전락했다.

이런 상황때문에 구단 주변에선 재계약 전망이 밝지 않았다. 하지만 기아는 그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쪽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광주 팬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광주를 근거로 한 지역방송마저 선 감독 유임에 대해 기아의 전망이 암울하다고 반응을 보였다.
선 감독에 대한 반발은 그만큼 기대가 컸다는 의미다. 최고의 영예를 누리면서 타성에 젖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